국민들을 감동시킬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가 어디 없을까.

정치지도자들이 갈구하는 영원한 숙제다.

어떤 지도자는 깊이가 없는 연설을 길이로 보충하려 하고,아니면 화려한 수사로 내용을 포장하려 든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의 연설은 진실이 담겨 있어야 생명력이 지속되는 법인데도 말이다.

미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리포트'가 소개한 명연설은 매우 시사적이다.

냉전의 벽을 허무는 레이건의 소신에 찬 연설,대공황의 와중에서 비틀거리는 서민들을 향해 용기를 불어넣은 루스벨트의 취임연설,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새 세대들에게 자발적 행동을 촉구한 케네디의 연설을 꼽았다.

그런데 이들 연설의 공통점은 단순하고 간결한 핵심 키워드가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을 없애라''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국민을 위한 정부' 등이다.

하나같이 국가 위기상황이었지만 국민들은 지도자의 말을 믿고 따랐다.

지금 미국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힐러리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버락 오바마의 연설이 화제다.

미국사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희망과 꿈(Hopes and Dreams)'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어서다.

물론 희망을 얘기하고 꿈을 강조한 정치인은 많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내용면에서 기존의 정치인들을 뛰어넘는다.

이민 3세의 흑인에다 부모의 이혼,지독한 가난,이를 극복하면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상원의원이 되기까지의 인생역정을 들먹이며 미국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가 연설을 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는 '오바마니아'가 생길 정도다.

전달하는 형식도 힘이 있다.

좋은 직장을,전쟁종식을,좀 더 나은 건강보험을 '고대한다'는 표현을 되풀이하면서 간절함을 느끼도록 한다.

그리고선 연설의 마지막을 이렇게 끝낸다.

"그래,우린 할 수 있다!(Yes,we can!)"고.

희망과 변화를 외치면서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 가는 연설들이 우리의 척박한 말문화와 오버랩되는 듯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