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조립장으로 사용할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조선소 예정부지 일부가 항만구역으로 묶여 투자가 힘들 것 같습니다."(현대중공업 임원)

작년 9월 초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찾은 문동신 군산시장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현대중공업과 관련 정부기관을 10개월 이상 쫓아다니며 유치하려 했던 85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한순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 시장은 바로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와 전북도청을 찾았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부지를 석탄부두로 만들겠다며 부지 조성 등에 이미 270억원 상당의 예산까지 배정한 상태였다.

그는 3주일간 거의 매일 해수부를 방문했다.

"석탄부두 예정지의 수심은 7m에 불과해 10만t급 선박 접안이 힘들다.

석탄부두가 필요하다면 수심 25m인 인근 새만금신항을 개발하는 게 더 낫다.

이곳은 공장용지로 쓰게 해 달라"며 매달렸다.

"항만부지 용도를 바꿔준 선례가 없다"며 버티던 해수부도 결국 문 시장의 열정에 두 손을 들었다.

지난 1월 정부는 국내 항만 사상 처음으로 군장산단 내 항만구역을 공장용지로 바꿨다.

농업기반공사,농어촌진흥공사 등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문 시장의 '1년 전쟁'은 대규모 투자 유치로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현대중공업을 대신해 부지 구매까지 해줬다.

그가 군산시 투자유치팀과 함께 지난 1년간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를 찾은 것만 60여 차례,'60고초려(顧草廬)'를 한 셈이다.

최근 군산지방산업단지에서 동양제철화학의 증설 투자를 이끌어낸 것도 문 시장 발품의 결과물이다.

철강시설이 공해 업종이라며 반대하던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을 일일이 설득했다.

인근에 증설 부지가 마땅치 않자 '부지 맞교환' 아이디어도 냈다.

공장 바로 옆 4만여평의 조달청 부지를 활용하고 대신 동양제철화학이 공단 내 다른 곳의 땅을 사들인 뒤 이를 조달청에 제공하도록 하는 등의 협상력을 발휘했다.

성과는 1조8000억원의 증설 투자로 이어졌다.

문 시장과 군산시 직원들의 '기업 사랑'은 인구 26만명의 지방 중소도시를 서남권의 새 '성장엔진'으로 키워내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이곳에 공장을 옮겨온 업체만 모두 218개.투자 금액으로는 2조3800억원에 달한다.

최근 1년 새 신규 고용만 군산 인구의 약 12%인 3만여명을 넘었다.

기업 유치에 따른 지방세수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한 곳에서만 연간 70억원가량의 세수가 기대된다.

군산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등 유치 기업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10년께 지방세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군산에 새로 공장을 지으려는 업체들도 줄을 잇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텅텅 비었던 산업단지들은 이제 땅이 없어 걱정이다.

군산산단 567만6000㎡는 분양이 끝났다.

군장산단 1010만㎡도 87.6%가 팔려 나갔다.

지난달 산업단지공단이 군장산단 잔여 부지 분양에 나서자 400여개 업체가 몰려 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군산시는 새만금 북단 인근 지역에 930만㎡의 산업용지를 조기에 추가 조성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기업들도 군산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화답하고 있다.

다음 달 조선소 건립에 들어가는 현대중공업은 대형 살물선 10척 등 모두 12척,13억달러 규모의 1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내년 8월까지 61만㎡ 부지에 건설기계장비 공장을 건설한다.

SLS조선는 내년 5월부터 5200억원을 들여 조선기자재와 중ㆍ대형 선박블록 공장을 건립한다.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지난 2월 군산의 땅값 상승률은 1.46%로 전국 최고였다.

문 시장은 "단순한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친기업적 행정 서비스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문 시장이 2006년 7월 취임한 후 끌어들인 262개 업체에 대한 인ㆍ허가 기간은 평균 이틀 내외였다.

그는 부시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도로 개설 환경조사 등 각종 인ㆍ허가 과정을 일괄 처리토록 하고 있다.

군산=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