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온다는 본지 기사(4월2일자 A1면)가 보도된 이후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일반독자들은 물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증권선물거래소 등 유관기관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문의 내용은 모두 펀드를 만드는 대형 A증권사와 중견 B투신사가 어디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업체 이름을 알려줄 수 없었다.

해당업체들이 펀드 인가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을 의식,"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보도 전과 후에 거듭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이름이 공개되면 몇 달을 준비했던 펀드가 영업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몇몇 투신사에서 준비하던 펀드가 금감원과 협의하기 전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인가가 늦어지는 등 불이익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가 나오기 전에 해당업체 이름이 알려지면 투자자들이 몰리게 된다"며 "현행 법령상 사모펀드가 신문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위법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체들이 토로하는 진상은 이와 다르다.

"펀드 기사가 먼저 나가 국민들에게 알려진 후에는 금감원이 협의과정에서 뭔가 꼬투리를 잡기가 힘들어져 입지가 좁아질까봐 막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체들이 한사코 이름을 비공개로 하는 것은 한마디로 금감원의 관행적인 '사전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문의전화를 걸어온 한 독자는 이 같은 배경설명을 듣고는 "이번 펀드는 어차피 일반투자자는 투자하지 못하는데 어느 업체가 펀드를 준비하는지 알리는 것이 뭐가 위험하다는 것이냐"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독자는 "미국의 집값이 많이 떨어져 부동산펀드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보도가 나와 나중에 공모펀드에 투자해볼까 해서 문의한 것"이라며 "투자자 편의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회사 이름을 밝히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새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있다.금감원도 이제는 구태의연한 '사전규제'를 버리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재후 증권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