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다국적 기업 SAP가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한다.

SAP는 기업소프트웨어 분야를 선도하고 있고,특히 ERP(전사적 자원관리) 분야에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당장의 투자규모(3년간 250억원 투자)를 떠나 대내외적 의미가 적지않다.

특히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를 천명(闡明)한 새 정부로서는 첫 성과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R&D센터 유치에 가속도가 붙었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물론 그 전에도 정부가 외국 R&D센터 유치에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2004년부터 각 부처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지금까지 59개의 외국 R&D센터를 유치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1160개 외국 R&D센터를 유치한 중국과는 수적으로 비교가 안된다. 욕심나는 다국적 기업 R&D센터들은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패로 끝난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04년 외국기업으로선 최초로 설립된 인텔의 R&D센터는 한국을 떠났다.

HP도 연구소를 세웠지만 지금은 이름만 남았고, 구글의 투자계획도 용두사미가 됐다.

외국 R&D센터 유치도 경제논리가 그대로 작용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동북아 허브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특화된 분야, 경쟁력 등과 연결시키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번 SAP의 경우만 해도 한국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기업 소프트웨어 분야의 성장가능성이 R&D센터 설립의 주된 동기였다.

장점을 가진 분야, 인력을 바탕으로 R&D센터를 유치하면 성공 가능성도 커지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들의 충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임금과 땅값에서 싱가포르와 한국이 비슷해도 싱가포르를 택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개방성(開放性)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지식재산권 보호는 기본에 속하고, 노사관계 규제 생활환경 등의 측면에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개방형 연구시대다.

외국 R&D센터를 제대로 유치하고 활용하면 그만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후속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외국 R&D센터 유치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