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 중앙대 정경대학장·경제학 >

국가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변수 둘을 꼽으라고 하면 환율과 이자율이다.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환율은 대외균형을,이자율은 대내균형을 달성시키는 매개변수다.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부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환율상승 자체는 반기는 눈치다.

물론 과다한 환율 변동성 방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했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 대외거래에 따른 위험부담이 증가해 거래를 위축시키고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환율상승은 대내적으로는 균형을 해칠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자재를 비롯한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라 국내물가가 상승한다.

이는 생산 둔화와 전체적인 공급 감소로 연결돼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그대로 국내가격에 다 반영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수입품 가격은 오르는데 국내가격은 그대로인 경우다.

기업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아예 생산을 중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생필품 등 상품의 품귀현상이 생기고 사재기가 만연하는 등 경제는 엉망이 된다.

현재 이미 일부 석유화학 제품 생산이 중단되고 레미콘 공급 역시 가격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좋은 예다.

환율상승이 경제에 플러스가 되는 요인도 있다.

환율상승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 생산활동이 증대되고 일자리가 창출돼 내수부문의 위축을 상쇄할 수도 있다.

이는 우리의 수출품이 국제시장에서 가격탄력도가 클 경우에나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수출상품의 주종인 반도체,선박,전자제품,자동차에서는 우리의 가격결정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격탄력도는 크지 않다.

또 최근과 같이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태에서는 수출증대 효과는 별로 크지 않다.

이와 같은 총공급의 감소와 더불어 총수요도 줄게 되면 그나마 국내 물가상승폭을 줄일 수 있다.

이 기능은 시장 금리에 의해 이뤄진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총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정책적으로 낮추면 물가는 더욱 오르게 된다.

현 상태에서 바람직한 정책은 무엇인가? 세계 주요통화들이 달러화에 대해 평가절상되는데 우리 원화만 큰 폭으로 평가절하될 정도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화되지는 않았다.

원유가격 등 수입 원자재가격의 상승으로 경상수지가 적자기조로 돌아섰으나 이는 원화의 평가절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경제구조상 원유수입의 가격탄력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환율을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 수급불균형으로 환율이 급상승하는 것은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막아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상당부분 감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투자수익을 포기하면서 26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는 것은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원유수입액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GDP 대비 에너지 사용비율이 매우 높은 에너지 낭비국가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는 대체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원유수입을 줄이기 위해 석유류 소비억제 정책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서민 물가상승을 억제하겠다고 휘발유세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는 석유류 소비를 줄이는 가격기구의 작동을 방해하는 조치다.

국제경제 환경이 좋지 않고 국제수지 문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경제성장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경제활성화 조치는 대외불균형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