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의 연정협상 실패에다 장출혈 입원까지..'

총선 승리 후 9개월여 만에 벨기에 총리직에 오르기까지 이브 레테름 새 총리(47)가 겪어야 했던 고단했던 과정을 집약하는 대목이다.

레테름 새 총리는 지난 해 6월10일 실시된 총선에서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 기독민주당(CD&V)을 제1당으로 끌어올리며 승리를 거뒀다.

당시 플레미시 지역정부 총리였던 그는 연방 정부 총리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벨기에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 다수인 플레미시 지역에서 승리한 정당에서 연방정부 총리가 나오는 관례가 이번에도 깨지진 않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왈롱(불어권)지역 출신 아버지와 플레미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유롭게 두 언어를 구사할 능력이 있음에도, 레테름 당수는 언어권 분열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플레미시 지역의 자치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언어권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으로 불어권의 반감을 사왔다.

특히 지난해 8월 왈롱지역을 가리켜 "네덜란드어를 배울 지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비하하는 발언으로 불어권 주민들의 분노를 샀고 국경일에 벨기에 국가 대신 프랑스 국가를 부르는 실수를 범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 통합적 또는 분리주의적 태도가 총선 후 연정협상에서 레테름의 총리 입성을 막을 장애물로 등장했다.

잘사는 플레미시 지역이 연방에서 떨어져 나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불어권 정당들이 그가 주도하는 연정협상에서 자치권 확대에 결사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레테름은 자신의 책임 하에 이뤄진 두 차례의 연정협상에서 자치권 확대를 둘러싼 언어권 정당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타결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 패배한 기 베르호프스타트 총리가 지난 해 12월 알베르 2세 국왕의 요청으로 과도정부의 총리를 맡았고, 그 밑에서 부총리직을 수행하던 레테름은 지난 달 그간의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인 듯 장 출혈로 입원까지 하게 됐다.

레테름은 새 연정을 이끌면서 정국 위기의 최대 쟁점이었던 언어권의 자치확대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등 적지않은 난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연정타결 실패 후 그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크게 내려가 있는 상태여서 새 연정이 순항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불어권 신문 라 리브르 벨지끄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왈로니아 주민의 92%가 그를 총리로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플레미시 주민의 54%도 같은 답변을 했다.

주로 플레미시 지역 의회에서 정치적 경력을 쌓은 레테름은 기독민주당이 40년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1999년 연방의회에 첫 입성한 후 당을 장악한 데 이어 2004년 플레미시 정부 총리에 올랐다.

변호사 출신이지만 과묵하며 일벌레란 평을 듣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