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전략공천과 민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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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살던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9일 종로로 이사한다.
같은 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금명 동작구민이 된다.
송파병 공천을 원했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중구 신당동으로 옮긴다.
올 들어 두 번째 이사다.
총선을 눈앞에 두고 각당이 연고가 없는 지역에 전략공천한 데 따른 정치권의 신풍속도다.
전략공천은 당의 지지세가 약하거나 당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역에 한해 당내 경선과정을 생략하고 중앙당에서 일방적으로 낙점하는 방식이다.
목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선거승리다.
'승리지상주의'가 출발점이다.
4년 전 고인이 된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는 1985년 12대 총선 때 70노구를 이끌고 종로ㆍ중구에 출마했다.
야당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비장의 카드'였다.
비례대표를 염두에 뒀던 이 전 총재는 YS의 출마권유에 망설이다 "어려운 일을 회피하면 위선자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수용했다.
대성공이었다.
본인의 당선은 물론 전국적인 돌풍을 몰고왔다.
창당 25일 된 신민당에 67석을 안겼다.
신민당은 하루아침에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종로에 출마한 손 대표도 이런 '달콤한 유혹'에 끌렸는지 모른다.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반토막에도 못 미쳐 50석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 게 엊그제다.
어차피 총선에서 크게 진다면 손 대표는 차기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그에겐 승부수가 필요했다.
정몽준 의원이 다섯 번이나 자신을 뽑아준 울산 지역구를 뒤로 한 채 생면부지의 '광야'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기반이 전무한 당에서 당권과 차기대권을 꿈꾸는 그로선 당의 주문을 수용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눈물을 훔치며 정든 지역구를 떠난 이유다.
지역선량을 뽑는 총선에 '차기의 가늠자'라는 정치적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말그대로 전략공천은 당의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
당리당략이 유일한 기준이다.
선거구민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된다.
그래서 후보나 지역민 모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후보는 선거가 임박해서 결정된 탓에 제때 거처를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16대 때 한 후보는 이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자신을 포함한 가족표를 몽땅 날렸다.
지역이 생소해 동네에서 길을 잃기 십상인 후보에 표를 줘야 하는 구민들 역시 답답한 노릇이다.
지역 대표성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건 당연하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에서 '일방공천'은 상상할 수 없다.
국회의원 후보가 되기 위해선 지역 예비선거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당원과 지역민의 의사에 의해 후보가 결정된다.
우리 귀에도 익은 상향식 공천이다.
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 시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자랑하며 도입했던 바로 그 제도다.
한때 돈과 공천권을 앞세운 '보스정치' 타파를 위한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상향식 공천은 이번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실패로 끝난 단 한번의 정치실험에 두 손을 들고 중앙당에서 특정인사를 '찍어서'내보내는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달라진게 있다면 과거 '3김'이 외부 공심위원으로 대체된 정도다. 모호한 공천기준에 따른 승자독식,나이와 선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중진을 낙마시키는 여당,개혁을 외치며 현역을 대부분 공천하는 야당,어디서도 새 정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이재창 정치부 차장 leejc@hankyung.com
같은 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금명 동작구민이 된다.
송파병 공천을 원했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중구 신당동으로 옮긴다.
올 들어 두 번째 이사다.
총선을 눈앞에 두고 각당이 연고가 없는 지역에 전략공천한 데 따른 정치권의 신풍속도다.
전략공천은 당의 지지세가 약하거나 당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역에 한해 당내 경선과정을 생략하고 중앙당에서 일방적으로 낙점하는 방식이다.
목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선거승리다.
'승리지상주의'가 출발점이다.
4년 전 고인이 된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는 1985년 12대 총선 때 70노구를 이끌고 종로ㆍ중구에 출마했다.
야당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비장의 카드'였다.
비례대표를 염두에 뒀던 이 전 총재는 YS의 출마권유에 망설이다 "어려운 일을 회피하면 위선자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수용했다.
대성공이었다.
본인의 당선은 물론 전국적인 돌풍을 몰고왔다.
창당 25일 된 신민당에 67석을 안겼다.
신민당은 하루아침에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종로에 출마한 손 대표도 이런 '달콤한 유혹'에 끌렸는지 모른다.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반토막에도 못 미쳐 50석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 게 엊그제다.
어차피 총선에서 크게 진다면 손 대표는 차기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그에겐 승부수가 필요했다.
정몽준 의원이 다섯 번이나 자신을 뽑아준 울산 지역구를 뒤로 한 채 생면부지의 '광야'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기반이 전무한 당에서 당권과 차기대권을 꿈꾸는 그로선 당의 주문을 수용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눈물을 훔치며 정든 지역구를 떠난 이유다.
지역선량을 뽑는 총선에 '차기의 가늠자'라는 정치적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말그대로 전략공천은 당의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
당리당략이 유일한 기준이다.
선거구민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된다.
그래서 후보나 지역민 모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후보는 선거가 임박해서 결정된 탓에 제때 거처를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16대 때 한 후보는 이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자신을 포함한 가족표를 몽땅 날렸다.
지역이 생소해 동네에서 길을 잃기 십상인 후보에 표를 줘야 하는 구민들 역시 답답한 노릇이다.
지역 대표성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건 당연하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에서 '일방공천'은 상상할 수 없다.
국회의원 후보가 되기 위해선 지역 예비선거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당원과 지역민의 의사에 의해 후보가 결정된다.
우리 귀에도 익은 상향식 공천이다.
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 시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자랑하며 도입했던 바로 그 제도다.
한때 돈과 공천권을 앞세운 '보스정치' 타파를 위한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상향식 공천은 이번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실패로 끝난 단 한번의 정치실험에 두 손을 들고 중앙당에서 특정인사를 '찍어서'내보내는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달라진게 있다면 과거 '3김'이 외부 공심위원으로 대체된 정도다. 모호한 공천기준에 따른 승자독식,나이와 선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중진을 낙마시키는 여당,개혁을 외치며 현역을 대부분 공천하는 야당,어디서도 새 정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이재창 정치부 차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