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

숭례문 화재 사건을 경험한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현재 진행 중인 삼성 특검을 바라보는 심정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자는 국보 1호를 잃은 슬픔이요,후자는 대한민국 1등 기업인 삼성에 대한 실망감일 것이다.

그러나 존재하는 현상에는 그 원인이 있는 바,문제의 원인을 규명해 재발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을 구하는 것이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숭례문은 대한민국의 재산이지만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개인이 소장하거나 사찰에 소재하는 다른 국보들과는 다른 점이다.

문화재청,서울 중구청,소방당국이 관리 기관이지만 평소 관리는 부실했다.

중구청은 거의 1년여 동안 화재예방 점검을 하지 않았고,숭례문 일용직 근무자 3명의 출퇴근 상황 관리도 소홀히 했다.

결국 숭례문 방화 사건은 공유지의 비극에서 연유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방문해 국가의 보물은 국가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말했지만,지금까지도 국가가 관리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얼마나 더 잘 관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국보를 민간에게 매각하자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국가 소유 문화재의 민간 관리를 고려해볼 수 있다.

개인이나 사찰 등의 보호 밖에 있는 문화재에 대한 보험 시장을 발전시켜 문화재의 가치를 고려한 보험금을 책정하고 그에 따른 보험료를 지불함으로써 화재 등으로 인한 소실을 막으려는 보험회사의 유인을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문화재의 가치를 보험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게 책정한다면 본격적인 문화재 보험 시장은 태동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민간 관리 방법을 심도 있게 검토해볼 만하다.

숭례문 화재 사건이 사유 재산권 부재로 발생한 것이라면,삼성 건은 사유 재산권에 대한 위협에서 연유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현재 특검이 진행 중이므로 사건을 둘러싼 구체적 내용은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겠지만,사건의 근저에 재산권 문제가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삼성은 돈을 가장 잘 번다는 점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1등 기업군이다.

부러움의 대상이자 질시의 대상이다.

평범한 일도 삼성이 개입되면 그것을 보는 시각이 더욱 매서워지고 사건이 증폭되기도 한다.

반면에 사회 각 분야에서 삼성의 지원을 바라는 일도 많다.

최근 삼성을 둘러싼 사회 분위기는 적대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인 분위기에서 문제라고 거론되는 사항은 여러 가지다.

경제력 집중,순환출자,기업지배구조 등이 그런 것들이나,이들에 대한 논리적 허구성은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다.

특히 삼성 문제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상속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절대적으로 적대적이다.

높은 상속세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이는 사유 재산권을 심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삼성의 통제주주로서는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도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적대적일수록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구책을 찾게 마련이다.

제도적 차원에서 재산권 보호가 소홀할수록,그리고 지킬 것이 많을수록 자구책 또한 강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대응이다.

요컨대 숭례문 화재 사건은 사유 재산권 부재로,삼성 건은 사유 재산권에 대한 위협에서 연유한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치유책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도출된다.

사유 재산권 부재 문제는 사유 재산권을 형성하는 방향으로,사유 재산권에 대한 위협은 이를 제거하고 재산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적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재산권은 인간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