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침묵해 오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2일 당 공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잘못된 공천이 있을 수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이규택, 한선교 의원 등 측근들에 대한 잇단 공천 배제결정 이후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해 왔던 박 전 대표의 엿새만의 반응이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 수위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영남권 공천 발표를 앞두고 `최후통첩성' 경고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남은 공천 결과에 따라 한 달도 남지 않은 총선 판도 전체가 흔들릴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어마어마한 음모", "기준도 없고, 기준도 엉망", "공당 집권당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등 공천 상황에 대해 그동안 억눌러왔던 불만을 작정이라도 한 듯 쏟아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경선 승복'으로 한나라당이 정치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음에도 "잘못된 공천으로 다 잃어버렸다"고 맹비난하면서 "이런 공천으로는 앞으로 선거가 끝나도 한나라당이 화합하기도 힘든 상황이 올 거라고 본다.

정치발전도 앞으로 기대할 수 없고, 한나라당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화합이 힘든 상황'까지 거론한 것은 남은 영남권 공천 등 결과에 따라 모종의 `중대 행동'을 경고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친이(親李.친 이명박)측 핵심들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상당히 깊어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측이 영남권 현역의원 50%를 물갈이하기로 합의했다는 이날 한 보도를 일축하면서 "이런 술수까지 난무하는구나 하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날 회견은 친이측에 대한 경고와 남은 영남권 공천 결과에 대한 압박이 우선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 잇단 친박측 낙천 인사들에 대한 내부 불만 달래기 등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이다.

앞서 공천에서 떨어진 이규택 의원은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 "동지들이 죽어가 시체가 돼 내팽개쳐지고 있는데 지도자가 가만히 있어서 되겠느냐. 어떤 행동이나 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박 전 대표의 `행동'을 압박했다.

이미 공천에서 떨어진 친박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나 군소정당 입당 및 당명 개정을 통한 사실상의 친박 신당 작업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 지는 단정할 수 없다.

친이측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측의 최근 공천 불만과 관련, "박 전 대표가 계파 지도자로 전락하는 것이냐", "전형적인 계파 정치 아니냐", "친박측 못지 않게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반박이 제기돼 왔다.

박 전 대표의 반발과 친이측의 불만이 서로 맞서면서 지난 1월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공정공천' 원칙에 합의한 뒤 봉합됐던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중대 고비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