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주기구 "고국 가족들 수많은 고통 겪어"

세계적으로 안전한 해외 이주 및 이주자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은 강화되고 있는 반면, 고국에 남겨진 이주자의 가족들의 상황에 대한 노력은 거의 없다고 국제이주기구(IOM)가 9일 밝혔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개도국들에서 이주자들이 보내는 송금은 고국의 가족들의 주된 소득원으로 생계비와 학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2007년 한해 동안 세계적으로 2천4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은됴로 은댜예 IOM 사무부총장은 "많은 나라들이 점점 더 이주자들이 보내오는 상당한 송금에 의존하고 있을 뿐아니라, 해외 근로자들을 자국의 경제개발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배우자나 부모의 해외 이주는 고국에 남겨진 가족들이 일상 생활을 해나가는 데서 많은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낳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해당국의 이주 및 개발 정책에서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부모 중 한 명이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이주한 경우, 장기적 측면에서는 `돈을 벌어 가족과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고 하는 해외 이주의 당초 목적 자체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IOM은 지적했다.

IOM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고국에 남겨진 부인들의 경우 우울증과 외로움, 피로에 따른 건강 문제가 늘어나고 있으며, 여성들은 친족이나 마을의 남성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방글라데시의 해외 근로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남편이 해외로 일하러 간 부인들은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 모델이 없어 특히 아들의 행동이 바뀌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자녀들이 학교에 다닐 동기가 없어 여러가지 청소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부인들이 해외로 돈을 벌러 나갔다가 돌아올 경우, 남편들은 대부분 알코올 중독이나 불륜 같은 문제에 빠져 있을 뿐아니라,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IOM은 전했다.

여성들의 해외 취업은 현재 2억명 가까이에 이르는 전 세계 해외 취업자의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은댜예 부총장은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 국제기구들은 정식 해외취업 이주 뿐 아니라, 불법 이주 및 인신 매매의 경우에도 고국에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