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8P↓..亞 증시도 급락 반전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 시기상조" VS "美 경기바닥 멀지 않았다"

미국발 '신용경색'과 '경기침체'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던 주식시장이 재차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에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이 감당해야 할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손실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글로벌 증시의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희망도 나왔다.

◆미국발 신용경색ㆍ경기침체 악몽 재연 = 3일 오전 10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48.19포인트(2.82%) 급락한 1,663.43, 코스닥지수는 10.80포인트(1.65%) 떨어진 645.14를 기록 중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창사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손실을 기록한 AIG와 기술주의 하락을 야기한 델의 부진한 실적 발표 등으로 2% 이상 급락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4.03%)와 대만 가권지수(-2.5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3%) 등 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도 동반 약세를 기록 중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1월 글로벌 증시의 폭락을 야기한 신용경색 및 경기침체 우려가 재차 주식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UBS는 신용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1천810억달러의 손실을 처리했지만 앞으로 상장은행과 증권사에서만 3천500억달러의 추가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AIG와 비은행권의 손실액까지 합하면 전체 손실규모가 6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지난 주말 미시간대가 발표한 2월 소비자태도지수는 70.8로 1991년 1월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시카고구매관리협회의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4.5로 200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 시기상조..증시도 당분간 조정" = 원자재값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지표가 추가로 악화하자 올해 하반기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확산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올해 상반기 미국 실물경기의 침체 및 서브 프라임발 신용경색의 여진은 이미 노출된 악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의 핵심은 공세적 금리인하에 힘입은 하반기 경기회복"이라며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 정책에 올인할수록 기대 인플레이션 억제력 약화가 하반기 경기회복의 장애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경기회복을 위한 연준의 금리인하 정책에는 인플레이션 확대라는 이면이 존재한다"며 "금리인하로 야기된 달러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과 국제유가를 포함한 국제상품가격의 강세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연준의 금리정책도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해 안에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변수에 좌우되고 있는 국내 증시도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경기 바닥권 진입..경기회복 멀지 않았다 = 그러나 경제지표의 잇따른 악화는 미국의 경기가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동수 동양종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주목할 점은 미국의 주택경기가 멀지 않아 바닥을 통과할 가능성"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 관련 투자비중이 작년 4.4분기 중 3.7%까지 낮아져 과거 미국 경제 침체 시기의 바닥에 근접하고 있어 올해 1.4분기를 기점으로 주택경기 부담이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미국 가계의 주택보유능력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가 지난 1월에 130.3으로 역사적 평균치를 웃돎에 따라 조만간 주택 재고가 점진적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침체에 빠진 건설 및 금융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경기가 고용 및 생산 측면에서 과거 경기침체 시기와 달리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게다가 기업의 설비투자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핵심자본재 출하의 증가세가 작년 12월 2.8%에서 1월에는 7.4%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경제의 견고함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증시가 미국발 악재에서 벗어날 시기도 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