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4천만명이 복용한 세계적인 항우울제인 `프로작'을 비롯한 우울증 치료약들이 가짜약 수준에 불과한 효과만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헐 대학의 어빙 커슈 교수(심리학) 연구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프로작(화학명 플루옥세틴)', `세로자트(파록세틴)', `에펙소르(벤라팍신)', `세르존(네파조돈)' 등 4가지 약과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넘겨받아 분석한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26일 보도했다.

미국, 캐나다인도 포함된 연구팀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FDA에 요청,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임상실험결과들을 포함한 모든 자료를 분석했다.

자료엔 우울제가 처방된 환자와 위약(僞藥)이나 설탕으로 만들어진 알약이 제공된 환자들과의 효과를 비교한 데이터도 포함돼 있었다.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환자들에게 치료약이 효과가 있었지만 위약을 처방해 나타난 효과 수준에 그쳤다는 것.
다만 가장 극심한 증상을 앓고 있는 우울증 환자의 경우 치료제가 위약에 비해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경우도 십중팔구는 위약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지 치료제의 효력이 더 낫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은 아니라고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신세대 우울증 치료제들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이런 결과는 다른 치료방법이 실패하지 않은 한 극심한 우울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 이외에는 항우울제를 처방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4가지 약에 대한 모든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그러나 제약업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프로작' 생산업체인 일라이 릴리는 25일 성명을 통해 "많은 과학적, 의학적 경험에 비춰볼 때 플루옥세틴은 효과적인 항우울제"라면서 "지난 1972년 발견된 이래 플루옥세틴은 그동안 가장 많은 연구대상이 된 의약품의 하나이다.

릴리는 우울 증상을 지니고 사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효과를 발휘한 이 약에 긍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사(社)의 한 대변인은 이번 결과를 낸 연구진들이 치료제의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들의 결론은 그동안 임상실험을 통해 드러난 것들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