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동시다발' 자료 요청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2일 이건희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존재 여부와 조성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자료를 수집, 추적 중이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의 거주지 및 과거 주소지 관할 관청인 서울 용산구청 등에 수사협조 공문을 보내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와 주민등록 등ㆍ초본 등 신분 관계서류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 일가의 친인척과 그룹 핵심 임원들의 주소지 거주지 관할 자치단체에도 신상정보 자료 수집을 위한 협조 공문을 보낸 상태다.

특검팀은 이를 토대로 각 관련자들의 금융계좌 입출금 내역, 부동산 현황, 납세 실적 등을 세밀히 파악해 재산의 조성 경위와 친인척ㆍ지인 간 `재산 이전' 흔적, 탈세 여부 등을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이재용 전무가 1995년 에스원 주식을 취득할 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의 매각 차익을 얻은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999년 계열사들의 삼성차 부당지원행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ㆍ인수 자료를 각각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수사상 여러 가지 필요한 자료를 다방면으로 수집하고 있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1996년 당시 삼성증권 김모 영업과장이 자신의 고객 백모씨의 증권계좌에 있던 에스원 주식을 임의로 처분해 19억여원을 빼돌린 사건의 수사ㆍ재판 기록을 입수하고 해당 주식이 비자금과 관련된 것인지 조사 중이다.

수사진은 김 전 과장이 "처분된 주식은 삼성 비자금의 일부"라고 주장했던 점과 피해자 백씨가 삼성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의 처남이라는 점에 주목, 해당 주식이 판결 내용대로 백씨 개인 재산인지 아니면 삼성측의 은닉 자금인지를 수사하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차명계좌 개설과 비자금 운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차명계좌 명의자인 삼성엔지니어링 등 그룹 계열사 전ㆍ현직 임직원 3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매한 의혹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를 출국금지 조치한 데 이어 홍씨를 비롯해 `삼성가(家)' 관계자들을 조만간 소환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안 희 이한승 기자 zoo@yna.co.kr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