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하는 금융위원회의 9명 위원 가운데 순수 민간인 쿼터가 당초 3명에서 1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결론나면서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모태인 현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 9명 가운데에도 재정경제부 장관이 추천한 회계전문가,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법률전문가,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경제계 대표 등 3명의 민간인이 포함돼 있다.

22일 국회 여야가 최근 합의한 '금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 수정안'에 따르면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원회 당연직 위원에 민간인이 당초 3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원안에서는 금융위 당연직 위원에 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 2명,기획재정부 차관,한국은행 부총재 등 정부 측 인사 6명과 금융감독원장,지식경제부 장관,대한상의 회장이 각각 추천하는 3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수정안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금융감독원장과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되는 바람에 실질적인 민간인은 지식경제부 장관이 추천하는 1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1998년 재정경제원 시절 금융사 인.허가 및 금융감독 업무를 떼내 금융감독위원회를 출범시킬 땐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당시 '관치금융'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비등해지자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해 9명의 금감위 위원들이 토론과 합의를 거쳐 최종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한편 시장친화적인 금융감독 정책을 펼 수 있도록 3명의 민간인을 금융위 멤버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재경부의 금융법령 제정권까지 거머쥐면서 확대 개편될 금융위원회의 당연직 위원 구성을 보면 관치금융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9명의 금융위원 가운데 8명이 정부 측 인사로 구성될 경우 금융위원회는 '소속기관 간부회의' 또는 '유관기관 협의회'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합의제 행정기관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며 금융관료가 주도하는 관치금융으로 회귀할 공산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 당국 내에서도 금융위원 구성안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러 기관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결국에는 민간인 수가 줄어든 것 같다"며 "기획재정부 차관이나 한국은행 부총재 등을 반드시 당연직으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2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금감위 정례회의에 재경부 차관의 출석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한은 부총재는 60% 정도의 출석률을 보였지만 발언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