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 이어 14일 아시아나항공마저 저가항공 시장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 항공사가 저가항공사에 발을 디딤에 따라 저가항공 시장은 제주항공, 한성항공, 에어코리아, 부산국제항공, 인천타이거항공의 5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국내선 취항을 준비 중인 영남에어, 이스타항공, 퍼플젯, 서울항공, 대양항공 등 후발 주자들은 향후 운영 계획 수립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저가항공의 대표 주자인 제주항공은 B737-800을 도입해 7월에 국제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는 등 경쟁자들보다 앞서고 있다.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은 최근 고영섭 사장을 영입한 뒤 중국과 일본 등 중단거리 국제선 공략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을 정도다.

국내선 또한 김포-양양 등 수익이 되지 않는 노선을 과감히 정리하고 김포-제주를 위주로 기내 서비스까지 실시하면서 저가항공사 이미지 탈피도 시도하고 있다.

경영위기설이 나돌았던 한성항공은 세계적인 투자운용회사인 '마라톤 에셋 매니지먼트'로부터 A320 6대와 500만달러의 투자를 받기로 협약해 6월에 국제선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한성항공측은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은 올해 국제선에 취항하며 에어코리아 등 나머지 저가항공사들은 3-4년이 지나야 국제선을 띄울 수 있어 경쟁력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면서 "저가항공업계도 사실상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눠졌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별도법인인 '에어코리아' 설립을 마쳐 건교부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5월부터 국내선 출항에 나설 계획이다.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의 인력과 장비 등을 지원받아 경쟁사들보다 가장 빠르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국제항공도 아시아나항공이 대주주로 참여함에 따라 올해 국내선 취항에 탄력이 붙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사의 운영 노하우를 접목시켜 '비용 대비 최고 만족'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싱가포르 타이거항공과 손을 잡은 인천타이거항공은 최근 법인을 설립한 뒤 항공운송 면허 신청을 조만간 낼 예정이다.

외국의 저가항공사와 지자체인 인천시가 손을 잡아 만든 항공사라는 점이 주목된다.

한편 후발 주자들도 나름대로 국내선 취항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영남에어는 지난해 11월 부정기 운송면허를 받은 뒤 3월 말께 취항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건교부의 도입 기종 안전 검사가 길어져 5-6월께 정식 취항할 가능성이 크다.

투어익스프레스 사장 출신인 이수형씨가 만든 퍼플젯은 3월 말까지 항공운송면허를 신청해 이르면 9월부터 A320 또는 B737 5대를 도입해 김포-제주 등 국내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퇴직 조종사들이 중심이 된 이스타 항공도 최근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항공운송 면허를 따낼 계획이고, 영남에어와 제주항공 등의 퇴직자 일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서울항공 등도 취항을 모색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제 감당할 수 없을만큼 저가항공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대형 항공사는 장거리, 소형 항공사는 단거리를 위주로 하는 역할 분담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