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조사는 다음 주에야 가능할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여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출범한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1차 수사 기간 30일이 13일로 끝난다.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수사 연장 승인을 받아 열흘의 추가 시간을 확보한 특검팀은 빠듯한 시간 안에 BBK, 도곡동 땅 및 ㈜다스의 실소유, 상암 DMC 특혜분양, 검찰의 회유ㆍ협박 의혹 등 네 줄기 수사를 마무리해 관련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전체 40일의 기간 중 30일을 써 버린 특검팀이 `연장전'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최종 수사 결과를 내 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네 갈래 수사 어디까지 = 흔히 정호영 특별검사팀을 줄여 `BBK 특검'이라고 부를 정도로 BBK 의혹은 이번 특검 수사의 `본류'라 할 수 있다.

BBK 의혹 수사의 핵심은 김경준씨의 옵셔널벤처스 횡령 및 주가조작 범행을 당선인이 알고 있었는지, 앞선 검찰 수사에서 김경준씨의 것으로 결론 난 ㈜BBK투자자문이 실질적으로 당선인의 영향력이 미치는 회사가 아니었는지를 가려내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작년 12월 수사결과 발표 때 "BBK가 누구의 소유냐가 쟁점인데 자금 추적 등 객관적 증거로 BBK가 김경준씨의 회사란 사실이 밝혀져 (BBK) 명함이나 인터뷰 내용 등은 수사할 필요가 없어 확인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수사 결과에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이를 맹신할 수만은 없는 특검팀은 여러 명의 회계사는 물론 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국제 금융 전문가들을 특별수사관으로 영입해 `제3의 시각'에서 기존 수사 자료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피는 한편 여러 참고인들을 조사해왔다.

특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추적인데 다음 주까지 계속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아직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은 없다"며 수사가 간단치 않음을 시사했다.

반면 도곡동 땅 및 ㈜다스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서는 작년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도곡동 판매 대금 관리인' 이영배, 이병모씨 등 중요 참고인들이 조사를 받으며 의외의 수사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호영 특검도 이와 관련해 "도곡동 땅이 누구 것인지를 가리는 게 목표"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수사 의지를 밝히고 있다.

특검팀은 `제3자의 것'이라던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 판매금 17억원이 다스로 흘러들어간 경위를 밝히는 게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소유 의혹을 밝히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사 초기 ㈜다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기각당했던 특검팀은 대신 ㈜다스 측과 협의해 실질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다수 자료를 확보하면서 검찰 수사보다 훌쩍 `진도'를 나간 상황이어서 `제3자'가 누구인지 가려질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에서 맡았다 곧바로 특검에 넘긴 상암 DMC 특혜분양 의혹은 한독산업개발 윤여덕 대표와 서울시 담당 공무원, 해당 프로젝트를 승인했던 기획위원 등을 광범위하게 불러 조사하는 등 가장 가시적인 수사 성과를 내 놓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윤씨가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계획을 내세워 외국입주 기업으로 신청 자격이 제한된 DMC 내 E-1 부지 9천490㎡를 분양받았고 여기에 짓는 건물의 50% 이상을 외국인에게 분양해야 한다는 조건을 어기고 내국인에게 상가 및 오피스텔을 분양해 부당 이득을 챙겨 결과적으로 서울시를 기망한 셈이 됐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경준씨가 제기한 검사의 회유ㆍ협박 의혹은 김경준씨의 주장을 입증할 제3자의 객관적 진술이나 뚜렷한 물증이 나오지 않아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검사들에 대한 `무혐의' 처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가 있다.

◇ 당선인 조사하나 = `이명박 특검'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당선인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가 남은 특검 수사 기간 중 최대의 관심사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당선인 신분자에 대한 소환ㆍ조사ㆍ기소ㆍ재판 등에 대한) 내부 법률 검토는 끝냈다"면서도 "뭘 전제하고 하는 것은 아니며 수사 진행 단계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검팀은 비록 당선인이라도 혐의가 드러나면 원칙적으로 소환 조사와 기소가 가능하고,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빼고 형사상 소추(訴追)를 받지 않으므로 취임 전날인 다음달 24일 자정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이 작년 12월 수사결과 발표 직전 당선인을 서면으로 조사해 `형식적 조사를 통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었기 때문에 특검팀은 직접 조사해야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광운대 동영상' 파문과 관련해서는 관련 자금추적이 끝나고 난 뒤 당선인에게 직접 발언의 진의를 물어야 할 사안이다.

만일 당선인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진다면 그 시기는 수사 막바지인 다음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당선인이, 그것도 취임을 불과 며칠 앞둔 `살아있는 권력'이 특검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할지 특검의 막바지 행보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