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 교복이 등장한 곳은 이화학당으로 1886년이었다.러시아제 붉은 목면으로 만들어져 일명 '홍둥이'로 불리던 치마 저고리였다.밀짚모자에 구두를 신은 양장교복이 등장한 곳은 숙명여학교였다.공교롭게도 여성교육기관이 교복을 선도한 셈이 됐다.남학생의 경우는 1898년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가 배재학당에서 학생들에게 일본교복과 비슷한 도포차림의 당복(堂服)을 입혔다.

교복은 학생들이 입는 것이었지만 시대상황과 무관할 수는 없었다.일제시대에는 전시체제가 강화되면서 여학생은 '몸빼'라고 하는 작업복 바지를 입었고,남학생은 국방색 교복을 입었다.민주화 바람이 불면서는 교복이 획일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풍긴다 해서 한동안 교복자율화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금의 교복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치 디자인과 색깔면에서 뛰어나다.소속감과 함께 심미성과 기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그런데 문제는 가격이다.교복이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잡고 브랜드화되면서 3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웬만한 성인 양복값보다 비싸 학부모들이 속을 끓인다.

입학철마다 되풀이되는 교복값 논란은 올해도 여전하다.그러나 학교별로 지자체별로 내놓은 갖가지 아이디어가 교복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하고 있어 다행이긴 하다.시민단체들까지 나서 교복 나눔 홈페이지를 마련하는가 하면,여기저기 졸업식장에서는 교복 대물림 행사를 벌이고 있다.교복 한 벌을 단돈 1000원에 살 수 있는 알뜰장터는 특히 인기를 끈다.

당초 교복은 면학의식을 길러주고 단체생활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교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꼈으나 언제부터인가 경제적인 골칫거리가 됐다.

따지고 보면 교복물려주기는 선ㆍ후배간의 정(情)을 나누는 일이다.알뜰장터는 나눔의 실천장이다.교복 하나를 내놓은 조그만 성의가 어려운 이웃에게는 커다란 온정이 된다는 사실을 가벼이 보아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