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낙산사 전소,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 화재에 뒤이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서장대 목조 누각 전소,2008년 숭례문 누각 소실….항상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국내 목조문화재의 현주소다.

특히 이번 숭례문 화재와 창경궁 문정전,수원화성 서장대 화재의 경우 방화로 인한 인재라는 점에서 목조문화재의 취약한 방재관리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스프링클러,폐쇄회로(CC)TV 등 화재 방지 및 감시장비와 전문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방화,파괴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화재위험 상존하는 목조문화재=1984년 이후 전국에서 일어난 문화재 관련 화재는 16건.쌍봉사 대웅전과 낙산사,수원화성 서장대 등 소중한 문화재들이 이로 인해 크게 훼손됐다.

이처럼 목조 문화재는 화재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데도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소방설비 설치 등을 위한 세부 규정이 없어 이를 강제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상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88조는 막연히 '문화재에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고,세부 사항은 '소방시설 설치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목조문화재에 대한 방재관리가 일반건물보다 취약한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요 목조 문화재 100개소 가운데 소화전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수원 팔달문 등 35곳이나 됐고,강릉 해운정 등 3곳은 소화기조차 갖추지 않았다.

이번에 불이 난 숭례문의 경우 1,2층에 분산 비치된 소화기 8대와 상수도 소화전이 소방시절의 전부였고,열 감지기를 비롯한 화재 경보설비나 스프링클러 등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법에 따라 간이 소화기만 설치하면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숭례문은 문화재보호법상 관할 기초자치단체인서울 중구청이 관리단체로 지정돼 있다.

중구청 공원녹지과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를 현장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그 외의 시간은 무인경비업체에 보안 업무를 맡겨놓은 채 아예 숭례문을 비워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일반 개방 이후 누구나 쉽게 숭례문에 접근할 수 있게 됐는데도 출동에 시간이 걸리는 무인경비시스템에만 의존했다는 점이 사고 예방과 대처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재시스템 구축은 걸음마 단계=2005년 4월 낙산사가 소실되면서 목조 문화재의 방재대책이 마련됐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중요 목조문화재 124곳에 대한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초기 단계다.

문화재청이 예산을 배정하면 광역 지자체가 사업을 시행하는 구조다.

올해 확보된 사업 예산은 18억원.숭례문은 사업 순위 48번째로 현재와 같은 예산 확보 상황으로는 언제 시스템 구축이 끝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목조문화재에 대한 방재시스템 구축을 크게 앞당기고 소방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방재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가령 목조건축물 내부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건축 분야의 중요무형문화재(제74호)인 최기영 대목장(63)은 "복원될 숭례문의 내부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日은 문화재 방재시설 완비=일본은 1955년부터 '문화재 방재팀' 설치와 함께 첨단 방재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화재 발생 사실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경보설비 설치가 소방법에 의해 강제화돼 있다.

200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와카아먀 현 고야산 일대에는 경보(자동화재보고)ㆍ소화 설비와 피뢰침 등 첨단 방재시스템이 완비돼 있다.

대표적인 방재시설은 물대포와 스프링클러.일본 중요 문화재인 고카와사 본당(本堂ㆍ대웅전)은 건물 주위에 방수총 6개가 설치돼 있다.

사정 거리는 25m.화재가 나면 서로 다른 방향에서 건물을 에워싸며 물을 공중으로 쏘아올린다.

일본 국보인 고건축물 부동당에는 5개의 외부 물대포와 지붕 곳곳에서 직접 물을 분사하는 내부 방재시설이 장착돼 있다.

서화동/성선화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