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설 연휴로 쉬었던 지난주 미국 및 유럽증시는 급락했다.미국발 'R(Recession)의 공포'가 다시 엄습한 탓이다.제조업과 고용 소비에 이어 서비스업마저 위축기미가 뚜렷해지면서 경기가 이미 침체에 빠져 들었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한 주 동안 4.4% 하락한 12,182.13에 마감됐다.나스닥 지수와 S&P 500 지수도 각각 4.5%와 4.6% 떨어졌다.유럽증시 등 다른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이처럼 뉴욕증시가 다시 급락세를 보인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증시에 가장 충격을 준 지표는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1월 중 ISM(공급관리자협회) 서비스지수.이 지수는 41.9를 기록해 2003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50을 밑돌았다.서비스지수는 5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경기가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업은 그동안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미 경제에 대한 영향력은 제조업보다 훨씬 크다.이런 서비스업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는 발표는 더 이상 믿을 구석이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게 만들었다.경기침체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이른바 'R의 공포'도 급속히 번질 수밖에 없었다.이 영향으로 이날 다우지수는 작년 2월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주 후반엔 낙폭이 좁혀졌다.

이미 작년 12월 감소세로 돌아선 소매판매는 1월에도 부진했다.미 국제쇼핑센터협회(ICSC)가 43개 소매 체인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월 중 소매업체들의 동일점포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이는 1970년 1월 이후 3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정부가 13일 공식적으로 발표할 1월 소매판매실적도 0.2%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다.작년 12월 내구재판매는 6년 만에 최대로 줄었다.이 영향으로 작년 12월 도매재고는 1.1% 늘었다.자동차와 목재 금속 전자부품 등 대부분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이렇듯 소비위축은 재고 증가와 서비스업 위축으로 연결되면서 고용사정에 대한 우려도 더하고 있다.이런 추세라면 지난 1월 1만7000명 감소했던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 숫자가 이달 들어선 더욱 줄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지표가 약속이나 한듯 좋지 않다보니 이제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방은행 총재마저 "완만한 경기침체 가능성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FRB 간부가 대중 앞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경제전망 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1분기 성장률이 -0.4%를 기록하고 2분기에도 -0.5%를 나타낼 전망"이라며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이러다보니 나오는 게 FRB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다.선물시장에서는 다음 달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선물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정례 FOMC 이전에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일부에서는 상하원을 통과한 152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에 이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월가에서는 오는 14일 벤 버냉키 FRB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부장관,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관리위원회(SEC) 위원장이 상원에서 할 경제와 금융시장 현황에 대한 증언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