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이명박 정부의 새 장관들이 발표된다.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싼 승강이로 새 장관들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그래도 그들의 머리와 손에 '이명박 호'의 순항이 달려 있는 만큼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당선인이 얼마 전 한승수 총리 지명자를 TV카메라 앞에서 국민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관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10일 청와대 수석 발표 때도 총리 지명 때처럼 소개하는 것을 보니 그런 바람이 이뤄질 모양이다.

달라진 지명 방식은 두 가지 효과를 거두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하나는 행정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하는 것이고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또 하나는 자신이 임명한 일꾼들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다. 미국에선 오래 굳어진 지명 관행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직후인 2003년 2월27일 첫 조각 인선을 발표할 당시 직접 브리핑을 하며 장관들을 일일이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후에는 대변인을 통해 발표,새로운 관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당선인은 다시 시도한 지명 방식을 관습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새 장관과의 인연이나 매력 등을 짧게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정부 운용에 변화가 일 것 같은 기대를 줄 수 있다.

더 큰 바람은 지명할 때가 아니라 내보낼 때도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해달라는 것이다. 새로 생긴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장관이 그만두기로 했다고 치자. 이때도 대통령이 그 장관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선다. 그리고 그 장관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떠나는 장관에게 아쉬움을 표시하는 예의를 갖춰준다면 해당 장관도,그 장면을 지켜보는 부처의 공무원이나 국민들도 장관을 함부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당선인이 한 총리 지명자를 소개하면서 '미국식 지명절차'라고 했지만 미국식은 이처럼 떠나는 장관에게까지 예우를 베푸는 것을 포함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4년 전 어떤 장관을 바꾸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 "더 일해달라고 몇 번이나 붙잡았지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만둬야 한다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마치 애인과 작별하는 것 이상으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장관을 바꾸는 이유는 여러가지다.대형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거나 대통령과 노선이 달라 더이상 함께 일할 수 없다거나 개인 비리가 발견되거나…. 어떤 사유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통령이 떠나는 장관까지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처음 지명할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새삼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지연이나 학연에 얽매여서도 안 되고 이상론에 빠져서도 안 된다.오직 국민을 위해 해당 부처의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임기를 같이한다는 각오로 선택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단명 장관 풍토는 행정손실만 키울 뿐이다. 임기를 같이하거나 최소한 2~3년 정도는 호흡을 같이해야만 보낼 때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겠는가.

1년도 안 된 장관을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비서실장의 전화 한 통으로 경질해온 옛 정권의 구습은 사라져야 한다.

고광철 국제부장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