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벌이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31개주의 경선이 끝난 9일(현지시간)까지 둘은 막상막하다.오바마가 18개주에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확보한 대의원 숫자는 힐러리가 1100명(CNN 집계)으로 오바마(1039명)를 약간 앞선다.22개주 경선이 실시된 지난 5일의 '슈퍼화요일' 결과도 마찬가지.힐러리는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등 대의원 숫자가 많은 주에서 승리했지만 오바마는 절반이 넘는 13개주에서 승리함으로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로만 보면 오바마의 욱일승천이 무섭다.오바마는 이날 실시된 루이지애나 워싱턴 네브래스카 등 3개주에서 치러진 '포스트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모두 승리했다.뉴스위크가 이날 발표한 전국지지율도 42%로 힐러리(41%)를 제쳤다.특히 지난 한 달 모금액만 3200만달러에 달하는 등 자발적 모금액이 늘고 있는 것도 '오바마 열풍'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끼게 한다.

오는 12일 치러질 수도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에서도 오바마의 우세가 예상된다.바람몰이를 지속해 대세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오바마 열풍이 거센 것은 그가 내건 '변화와 희망'이란 기치가 좋지 않은 경제상황과 이라크전에 대한 염증을 느끼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파고 들고 있는 덕분으로 분석된다.특히 흑인과 젊은층뿐만 아니라 백인 남성과 고학력층,부유층에서도 힐러리보다 많은 지지를 끌어내고 있어 잘만하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렇지만 힐러리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비록 오바마에게 힘이 부치는 모습이긴 하지만 백인 여성과 히스패닉 저학력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어려운 경제난을 해결할 적임자로 오바마보다는 힐러리를 꼽는 사람이 많다.경제사정이 어려울수록 간접적이나마 국정운영 경험이 있는 그의 경륜을 믿어보자는 심리가 확산될 수도 있다.

힐러리에게 고무적인 것은 대의원수가 많은 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특히 444명의 대의원이 할당돼 '미니 슈퍼화요일'로 불리는 3월4일의 오하이오 로드아일랜드 텍사스 버몬트에서 우세를 유지하고 있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다.흑인들의 오바마에 대한 결집도가 강해지는 만큼이나 히스패닉의 힐러리 지지열기도 높아지고 있는 점도 반길 만한 부분이다.

힐러리의 최대 난제는 돈이다.작년 1억1830만달러를 끌어 모아 정치자금에 관한한 '지존'의 위상을 과시한 힐러리는 최근 실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지난 1월의 경우 1350만달러를 모금하는 데 그쳐 오바마(3200만달러)에게 뒤졌다.선거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500만달러를 빌린 데 이어 일부 개인자금도 끌어 쓰고 있는 실정이다.힐러리 측은 슈퍼화요일 이후 24시간 동안 400만달러를 모금하는 등 이달 들어 온라인을 통해서만 750만달러를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슈퍼화요일 이후 이틀 만에 700만달러를 거둬들인 오바마에겐 모자란다.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고 해서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대선레이스인 만큼 돈흐름도 후보 간 우열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두 후보의 접전으로 인한 민주당 분열로 누가 후보로 결정되더라도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누를 힘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매케인과의 가상대결에서는 힐러리보다 오바마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실시한 CNN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는 매케인을 52% 대 44%로 8%포인트나 앞선 반면 힐러리는 50%대 47%로 오차범위(±3%)내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