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소비자물가가 급등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핵심 경제지표들이 극도로 불안한 모습이다.소비도 둔화(鈍化)되는 추세가 뚜렷해짐으로써 경기의 내리막길을 예고하고 있다.걱정했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앙등)이 결국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에 비해 3.9%나 올랐다.3년4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로,한국은행의 물가관리목표치(2.5~3.5%)를 훨씬 웃돈 것이다.1월 무역수지 적자 33억8000만달러는 11년 만에 최대의 월간 적자규모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채 전혀 수그러질 기미가 없는 국제유가가 그 주된 요인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우리가 제어하기 어려운 공급측면의 외부변수로 인한 충격이라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상황들이 이미 정책당국의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예사롭지 않다.정부와 한은은 올해 원유도입 단가를 배럴당 81달러로 예상했지만,1월 도입 단가만 89.6달러에 이르렀다.특히 한은은 올해 4.7%의 성장률을 제시하면서,전제조건인 세계경제 성장률을 4.6%로 잡았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그 전망치를 4.4%에서 4.1%로 낮췄다.경제운용의 전제부터 어긋나면서 경기하강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문 이후 세계경제가 후퇴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하로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급격히 증대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진 탓이다.우리 경제도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시장 위축이 기업투자와 고용의 감소를 불러오고 내수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게 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곧 출범할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살리기인 만큼,차기정부 경제운용의 부담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물론 지금 여건은 금리 환율 등 거시적 정책수단의 선택에 크게 제약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경기후퇴를 막을 수 있는 다각적인 정책수단 강구가 시급한 실정이다.기업투자와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실기(失機)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