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로드맵에 `힘싣기' 행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영어 공교육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비뚤어진 영어교육의 틀을 제대로 고쳐잡자는 취지의 새 정부의 영어 공교육 로드맵이 교육계 일각의 저항과 정치적 공방 속에서 자칫 초장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인듯 하다.

이 당선인은 31일 오전 간사단 회의에 직접 나와 `작심한 듯' 영어 공교육에 대한 소신과 강도높은 개혁의지를 쏟아냈다.

통상 5분 남짓하던 모두발언 시간은 10분을 훌쩍 넘겼고, 통상 1시간∼1시간30분 걸리던 회의시간이 이날은 2시간도 모자랐다.

회의참석도 이 당선인이 전날 오후 공청회 결과와 여론의 동향을 보고받은 뒤 직접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당선인은 회의에서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로드맵이 정확한 좌표설정이며 교육계의 반대론은 개혁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규정하면서 인수위에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

이 당선인은 "옳은 방향이다.방향은 인수위가 맞다"고 연거푸 강조하며 "반대와 저항은 으례히 있다.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이해를 못해 반대하는 사람은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이 당선인은 특히 반대론을 `고속도로상의 역주행'으로까지 비유하며 인수위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초의 방향대로 밀고 나가라고 `독전'했다.

이 당선인은 그러면서 정치적 이용가능성을 강하게 경계하고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영어 공교육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상황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요즘 우리 인수위에서 만드는 영어 공교육 문제를 정치쟁점화되는 것은 반대"라며 "정치쟁점화해서는 안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지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당선인은 다만 ▲노원구 초등학교 영어수업 ▲전남 신안군 영어 인터넷 과외의 현장사례를 거론하며 세밀한 보완대책도 주문했다.

노원구 초등학교 사례는 학생이 30∼40명에 불과한 한 반에서도 실력과 수준차이가 나는 현실인 만큼 방과후 또는 방학을 활용해 차등화된 교육을 준비해보라는 메시지였다.

전남 신안군 사례의 경우 농.어촌 등 영어 취약지구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주문사항이었다.

강남구에서 쓰는 영어 인터넷 과외 방식을 전남 신안군 섬마을에서 활용한 결과 반응이 좋았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 당선인은 `영어입국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소 견지해온 영어관(觀)을 가감없이 피력했다.

이 당선인은 회의 내내 "비영어권에서 영어를 잘 하는 나라의 국민들이 잘 산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할 수 있는 것은 더 빨리 변화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의 이 같은 힘싣기 행보에 따라 인수위도 신발끈을 다시 조이는 분위기다.

이경숙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영어 공교육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에서 왜 해야 하느냐고 근본적 회의를 갖고 반대하는 것은 소수이지만 인식의 차이가 나는 것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내용은 모르고 교육하면 양극화가 심화된다든지, `기러기 아빠'가 양산된다든지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종합적이고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수렴을 차분하게 하면서 방향을 잡고 새정부가 출범하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도높은 추진의지를 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