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조정 거쳐 3.4분기에 반등..바닥 때 저평가株 매수확대

국내 큰 손인 연기금들이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이 해외발 악재로 고전하면서, 코스피지수 1,500선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기금은 그러나 올해 약세장이 오히려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호기라며 최대 23조원의 실탄을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 올 증시를 이끌 주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학연금관리공단, 공무원연금기금 등 3대 연기금과 우체국보험적립금(옛 우체국보험기금)은 주식시장이 올 상반기까지 어려운 조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부터 반등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증시가 최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되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 연기금 주식 매수 실탄 23조원 =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은 올해 신규(직.간접 포함)로 최대 9조5천억~22조원의 주식 매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주식보유 비중을 작년 15%에서 올해 17%까지 상향조정했으나 운용과정에서 22%까지 높일 수 있도록 했다.

국민연금도 장세에 따라 자금을 탄력적으로 운용, 증시가 바닥일 때 공격 매수에 나설 것이나 올해 워낙 많은 신규 자금을 확보한 만큼 적어도 매달 평균 7천억~8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주식 매수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장세에 따라 매수 강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올해 가장 보수적인 수치인 9조5천억원의 자금을 주식매수에 투자한다고 해도 이는 매달 평균 7천억~8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사야하는 규모여서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지만 않는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1월 중에도 충분한 주식을 매수했으며 앞으로도 증시가 추가 하락하면 빠지는 대로 매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학연금은 올해 직.간접 주식투자액은 최대 1조4천억원까지 가능하다면 현재 투자금 1조원 정도를 제외하고 추가로 4천억원어치를 주식매수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도 직.간접 주식투자액이 작년 말 8천600억원에서 올해는 1조2천억원수준까지 늘릴 수 있는 만큼 올해 신규로 3천억~4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다.

우체국보험적립금은 현재 보험적립금(20조원)의 6% 가량을 주식형펀드에 가입했으며 상황에 따라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 연기금, 상반기 증시 더 어려워져..1,500선 붕괴 가능성 = 연기금들은 그러나 국내 증시가 올 상반기 중에 기업 실적 부진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절정에 달해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연기금은 미국의 소비 둔화가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코스피지수는 1,500선도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난 주 글로벌증시가 급락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하로 반등했으나 이 같은 반등 또한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세우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은 "미국의 서브프라임에 따른 부실문제가 해소되는 시간을 감안할 때 증시는 올 상반기까지 어려울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따른 부실규모가 최종적으로 나와야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덕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도 "올 상반기 중에는 기업실적 부진과 절정에 도달한 서브프라임 문제로 약세장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금리인하 등으로 불안심리는 사라졌지만 증시는 조만간 실적장세로 돌입하면서 기간조정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대외협력팀장도 "올해 증시는 작년에 비해 상당히 부진할 수 있어 상반기 약세장에서는 일부 평가손실이 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변동성 확대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3.4분기에 반등 온다.

.바닥 찍으면 공격매수 = 연기금은 미국의 주택경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최악의 국면에 도달한 것을 확인하면 증시도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며 본격 반등 시기는 올 3.4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무원연금의 김 단장은 "이번 조정국면에선 미국의 주택경기가 바닥을 찍는 것까지 확인해야 한다"며 "증시는 상반기 조정을 거쳐 3.4분기에 반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학연금의 이세우 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로 달러화가 급격하게 절하되고 소비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확인될 때가 증시 바닥국면이 될 것"이라며 "시기적으로는 한 4~5월쯤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은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는 기업이익 모멘텀 확대, 중국 성장세 지속 등으로 반등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아직은 주식을 공격 매수할 때가 아니고 증시가 바닥권에 도달하면 적극적으로 주식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팀장은 "최근 증시가 반짝 반등했다고 공격적으로 따라가선 안된다"며 "지금은 최대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짜서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춰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만 하고 있는 우체국보험적립금 역시 "당장은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시장이 안정을 찾고 저점에 대한 확신이 들 때 주식관련 상품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반기 조정장에서 주식을 사고자 한다면 1월 들어 급락국면에서 이유없이 반토막난 주식들 중에서 우량주를 선별해 매수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연금 측은 "1월에 주로 낙폭과대 우량주를 중심으로 꾸준히 매수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연금은 "아직 적극매수에 나서지 않고 코스피지수가 1,600선 아래에서 바닥을 찍으면 적극 매수에 나설 것"이라며 "최근 조정장세에 외국인의 매도로 급락해 저평가된 우량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이웅 기자 indigo@yna.co.kr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