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나흘 전인 지난 18일.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SG)의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임원이 대형 금융 사고의 징후를 감지했다.이어 주말인 19일과 20일 경위를 파악한 뒤 바로 사고 물량(지수선물)을 시장에서 청산하기로 결정하고 이 사실을 프랑스 금융감독당국인 프랑스은행(BOF)에 알렸다.

프랑스은행은 물량을 정리한 이후에 관련 내용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SG의 요청을 승인했다.SG가 21일 세계 증시의 '블랙 먼데이'를 일으킨 진원지라는 의혹의 전말이다.

로이터통신은 21일 유럽 증시가 폭락한 것은 SG가 사고 피해를 처리하기 위해 매도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실제로 21일 지수선물 매도 물량은 미국 주식시장이 휴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이로 인해 범유럽 주식시장을 포괄하는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하루 새 6%나 추락했다.이날 하루 새 날아간 시가총액은 3500억달러(약 330조원).헝가리와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과 맞먹는 액수다.

렌스버그 셰퍼드의 앤드루 벨 주식 전략가는 "SG가 사고 물량을 청산하기 위해 시장에 내놓은 대규모 '팔자' 물량이 21일 유럽 주가를 폭락시키고,이에 놀란 FRB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단초가 됐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2일 전격적인 금리 인하 작전으로 죽어가던 세계 증시를 살렸다는 FRB의 자긍심은 당혹감으로 바뀌었다.FRB는 한 은행원의 사기 사건으로 인한 SG의 물량 청산에 놀라 금리를 0.75%포인트나 인하한 셈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FRB 관계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인하를 결정할 때까진 SG의 금융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이로 인해 유럽증시 폭락은 미 경기침체 우려보다는 SG 금융사고 탓이 더 컸지만 FRB는 원인을 오판한 채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성급하게 단행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FRB가 SG의 금융 사고를 알았다면 금리 인하에 더 신중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만일 이런 지적이 맞다면 오는 30일 열리는 FOMC에서 FRB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는 상당히 좁아지게 된다.전 세계 중앙은행들 간 공조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SG 사건의 전말을 통해 FRB의 오판이 드러났다"면서 "이번 금리 인하는 FRB 역사상 가장 당혹스러운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