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호 < 홍익대 교수·법학 >

2007년 6월에 출시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iPhone)은 누구나 탐낼 정도의 멋진 디자인으로 휴대폰 잘 만든다는 우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

올해 상반기에 나올 구글의 구글폰(G-Phone)은 삼성,LG의 휴대폰에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를 심어 휴대폰을 개인 컴퓨터와 똑같이 만들 것이다.

애플과 구글은 그것도 부족해서 디지털 방송 주파수 경매에 참여,방송사업도 하겠다고 준비 중이다.

이 정도 되면 통신,방송,인터넷 기업을 구분해 줄 세우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휴대폰 자랑을 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뚜껑을 열어보지만 운영체제와 다양한 디지털 양방향 서비스들이 우리 것이 아니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IT(정보기술)강국이라고 하면서 왜 정작 큰 돈은 다른 나라 기업들이 벌고 있는가.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의 고품질 영상을 받아볼 수 있고,개인화된 양방향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IPTV(인터넷TV)가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상위인 우리나라에서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에서도 하고 있는 최신 융합서비스,TV와 인터넷의 장점을 두루 갖췄고 확장성 측면에서 무궁무진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IPTV 서비스를 우리가 제공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가 경쟁력은 뒤처졌다.

그나마 IPTV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이 지난해 12월28일 국회에서 극적으로 통과됨으로써 체면을 추스릴 시간은 벌게 됐지만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차세대 IT산업 발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아온 IPTV 서비스는 단기적으로는 네트워크,디지털TV,셋톱박스,콘텐츠 분야에 투자를 유발시키고 VOD 서비스,전자상거래,TV 포털 서비스,인터넷뱅킹,게임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도 동반 성장시킬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IPTV를 포함한 융합서비스의 생산유발누적효과가 약 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통계청은 지난해 교육물가를 10년 만의 최고치인 6% 상승률로 보고했다.

IPTV를 통해 다양한 지역ㆍ계층ㆍ수준별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기존 사교육 시장의 10%만 대체,연간 3조3500억원의 사교육비가 절감된다면 '3불 정책'을 폐지할지 말지의 어려운 문제에 매달리기보다 이를 우선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이제까지의 서비스 지연은 중복투자가 이뤄질 경우의 국가적 낭비나 자본력을 앞세운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혼탁 우려 등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몇 년간의 갈등 끝에 타협책인 법이 통과됨으로써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희망의 불꽃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통신이든 방송이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서비스의 질과 가격으로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다.

국경 없는 디지털서비스 세계에서는 외국의 사업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우리끼리 싸움만 하다가 디지털 쌍방향 콘텐츠와 풍부한 서비스 경험으로 무장된 미국,유럽의 업체들에 정작 알짜 시장을 내주는 어리석은 반대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소비자의 관심은 서비스가 통신으로 분류되는지 방송으로 분류되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업이 좋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가에 있다.

'IT강국'이라는 칭찬을 계속 듣겠다면 승자 독식의 디지털 전쟁에서 우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세부 실천 방안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시금석은 이제 겨우 틀만 마련한 IPTV법이 자칫 정부 부처의 통폐합 논쟁 등에 휘말려 시행령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사장돼 버리느냐 않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