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이 온갖 장애물에 부딪쳐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사회의 거센 반발에 그치지 않고 임기 막바지의 노무현 대통령까지 발목을 잡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개편에 대해 거부권(拒否權)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부개편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임기말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앞질러 가는 것은 국회를 아예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통폐합 대상에 오른 각 부처와 공무원들의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로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데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관련 단체와 학계 등을 통한 여론조성,각종 연줄을 총동원한 정치권 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일부 부처가 기업인을 동원해 인수위원들을 찾아다니게 하고 로비하는 사례를 직접 언급하면서 '공직사회가 걸림돌'이라고까지 했을까 싶다.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열린 '한국 국가기술혁신체계 진단보고회'를 통해 과학기술부 해체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만 해도 그렇다. 우리 정부의 의뢰에 따른 진단결과이고 보면 국제기구인 OECD까지 부처의 생존논리에 이용하는 게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이게 사실이면 놀랍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물론 지금의 정부개편안이 최선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작은 정부'가 지난 대선의 민의(民意)라는 사실이다.

더구나 정부개편은 이명박 당선인의 국정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개혁의 첫단추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자칫 장관 없이 정부가 출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국회는 하루빨리 정부개편안에 대한 이견 조율을 서둘러 될수록 빨리 정부조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것이 비정상적 정부 출범을 막고 새 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도 노 대통령의 '거부권' 언급이 국회 논의를 왜곡하는 적절치 않은 자세라고 지적한 만큼 정부개편안의 합의처리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