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아시아 신흥시장의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특히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전망하는 보고서가 나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아시아 비중 줄여라'

유럽계 증권사인 UBS는 22일 "아시아 신흥국가와 미국 증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올해에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아시아 증시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투자 의견도 '시장 상회'에서 '중립'으로 낮췄고 재투자보다는 현금 보유를 권했다.UBS는 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경제는 견고할지 모르지만 증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2003년부터 증시가 상승해 아시아 신흥시장 주식은 더 이상 싸지 않다"고 말했다.선진국 증시와 아시아 증시의 MSCI지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말부터 14배 수준으로 비슷해졌다.

여기에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최근 고점 대비 20~30% 이상 급락한 아시아 신흥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내놓았다.크레디트스위스가 전망한 추가 하락률은 △인도네시아 36.2% △인도 32.2% △중국 30% △홍콩 18.9%다.국내 증시도 8.6%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21일 종가 기준이므로 이날 하락폭까지 감안하면 국내 증시는 4%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코스피 지수로는 1538선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한국 증시는 PER 기준으로 과거 5년 평균 대비 15.8%,배당수익률 기준으로 11.1%의 하향 위험이 있으나 장부 가치(PBR)가 1.0% 저평가돼 있어 실제 하락률은 이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기업이익 감소 가능성

외국계 증권사들이 아시아 비중을 낮추라고 나선 까닭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임태섭 골드만삭스 한국지점 대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의 올해 주요 이슈인 미국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올 들어 모두 부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골드만삭스는 올 2,3분기 미국 실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경기 침체(Recession)로 본다.

미국 금융시장 위기가 아시아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미국 경기 침체는 신흥 국가 기업들의 이익 감소 우려로 직결된다.페기 챈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우려했던 실적 전망 하향 수정이 현실화할 경우 주가수익비율 측면에서의 주가 하향 위험도 커질 것"이라며 "중국 증시의 경우 최근 주가 급락으로 장부 가치 대비 주가가 3배에서 2.4배로 낮아졌으나 최근 5년 평균치인 1.9배까지 낮아지는 점을 가정할 때는 현 주가에서 30%의 추가 조정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