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증시도 대학살을 당했다.미국 경기 침체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아 디커플링(탈동조화) 가능성을 보여준 이머징마켓이지만 심리적 불안감이 증폭시킨 글로벌 증시 패닉의 충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인도 증시는 22일에도 요동을 쳤다.전날 7.41%나 급락했던 뭄바이증시의 센섹스지수는 개장 1분 만에 11.53%나 떨어지면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후장 들어 급속히 회복,전날보다 4.97% 하락한 16,729.94로 장을 마쳤다.

일각에서 '버블 붕괴'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인도 증시는 2004년 이후 4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고,연초 아시아권 증시의 하락세 속에서도 '나홀로 강세'를 이어왔기 때문.한국에서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순수 인도펀드(친디아 등 지역혼합형 펀드 제외)로만 1조5000억원이 유입되면서 인도 증시 상승에 일조했다.

인도 재무장관 치담바람은 거래 중단 직후 투자자들에게 "진정하라"고 요청하면서 "인도의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PINC연구소의 바스카 바부 주식중개 팀장은 "국내 펀드와 보험회사가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면 증시가 부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홍콩 증시에선 그동안 주가 상승을 끌어왔던 중국기업주(H주)가 하락 주도주로 돌변했다.항셍지수가 이날 지지선으로 여겨져온 22,000이 무너진 것은 무려 11.97% 급락한 H주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홍콩 퍼스트스테이트인베스트먼츠의 맷 매키스 딜러는 "시장에선 차라리 서킷 브레이커 뉴스를 고대할 정도"라고 폭락장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에서 세번째로 큰 중국은행(BOC)은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 발표를 앞두고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상하이증권거래소는 중단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홍콩언론은 서브프라임 손실이 79억5000만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시가총액 세계 최대기업으로 등극했던 페트로차이나는 12% 이상 빠져 작년 11월1일 최고치를 찍은 후 주가가 거의 반토막이 났다.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증시도 폭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베이징의 산위안차오 인근 광다증권 객장은 작년 주가 활황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10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시황판 앞 의자도 드문드문 비어있고 구석에선 아예 바닥에 판을 깔고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오후 3시40분 상하이 종합주가지수가 8% 이상 폭락했는 데도 이들은 주가를 보지 않았다. 왜 안보느냐는 질문에 "어차피 며칠 떨어질텐데 보면 뭐하느냐"는 퉁명스런 답이 돌아왔다.

객장 입구 옆에 있는 펀드개설 창구도 한산했다.증권사 직원 류차오씨는 불안해 하는 고객들에게 "어제 오늘 시장이 안좋아 사람이 별로 없지만 지금 펀드에 드는 게 유리하다"고 권유했다.류씨는 "지금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핑안보험의 유상증자와 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만 중국 경제가 계속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쌀 때 주식을 사야한다"고 강조했다.그렇지만 고객들은 슬슬 발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인허증권의 고객상담원인 시핑아이는 핑안보험이 자본금(1100억위안)보다 많은 1600억위안의 증자를 결정하고 중국석탄이 400억위안의 IPO(기업공개)를 하기로 함에 따라 시장에 물량압박이 강하지만 장기적으론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김유미/서기열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