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외국인의 투매로 장중 1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자 그동안 현금 확보에 열중했던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인 '사자'에 나섰다.하지만 외국인 매도 강도가 워낙 세 지수를 반등으로 되돌려놓기엔 역부족이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들은 880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기관은 지난 14일 이후 7일 연속 대규모 매수 행진을 보이고 있다.특히 지난주까지는 기관 순매수 물량의 대부분이 프로그램을 통한 매수였으나 전날부터는 기관이 적극 저가 매수에 가담하는 모습이다.이날도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하고도 기관은 4500억원 이상 매수 우위였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밀리면 주식 비중을 다시 늘릴 생각이었으나 워낙 급하게 추락해 선뜻 매수에 나서기가 두려운 측면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날 지수가 시장 패닉으로 장중 1600선 밑으로까지 밀리면서 지금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과감히 매수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상품운용담당 본부장도 "지수 1700선 아래는 무조건 저평가 영역이라고 보고 전날 일부 자금 집행에 이어 이날도 오전장에 운용 자금의 25%가량을 추가로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기관이 적극 저가 매수로 대응하면서 과거 폭락장에 연출됐던 기관 '로스컷'(손절매) 물량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특히 로스컷 규정이 강한 연기금조차 최근 연일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이날 연기금은 3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연초 현금 확보에 주력하면서 낮아졌던 기관의 주식 비중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운용사들의 평균 주식 비중은 한때 90% 선까지 낮아졌으나 최근 92.7%로 높아졌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