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키로 했지만 대안 규제가 필요한가를 놓고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대안 없는 폐지는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의견수렴에 나섰다.올해 적극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재계는 이 같은 논의 과정에서 또 다른 출자 규제가 만들어져 기업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2일 인수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주 출총제 폐지 등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에 대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간담회에는 인수위 및 공정위 관계자들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개혁연대 등 경제단체 국책연구기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출총제에 대해 서로 엇갈린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공정위 손떼라"

전경련 대한상의 등 재계 참석자들은 "출총제 폐지는 진작에 없애야 할 것을 당연히 없애는 것이므로 출자 규제 차원의 대안 마련 논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공약대로 조건 없는 폐지를 요구한 것이다.

나아가 공정위가 대기업의 출자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공정위가 출총제 대안으로 어떤 규제를 만들지 모르는 상황 자체가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결합심사제도 등 공정거래법의 다른 분야에 대한 개편방안과 관련해서도 재계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지금처럼 인수.합병(M&A)을 사전에 심사받게 하지 말고 경쟁 제한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 한해 사후적 조치로서 기업분할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한국의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재계는 또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하며 계열사 간 채무보증 금지는 10조원 이상 그룹에만 적용하도록 기준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시민단체 "대안 마련이 먼저"

반면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출총제 폐지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더 나아가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상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 영역 참여에 대한 제한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의 사후 규율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과도기적인 규제로 출총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폐지하는 경우라도 그 대안으로 감독 규율 및 시장 규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