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각광받던 '금(金)' 투자 시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값마저 최근 일주일 새 50달러나 폭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에 따라 최근 6개월간 급증하던 은행권의 '골드뱅킹' 등 관련 투자 수요가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런던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16.2달러(1.84%) 하락한 온스당 865.50달러를 기록했다.국제 금값은 1월 초 온스당 833달러에서 출발해 14일에는 914달러를 돌파했지만 그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일주일 새 50달러나 폭락하며 지난 7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뉴욕상업거래소 산하 상품거래소(Comex)에서도 금값은 21일 온스당 864.40달러로 마감됐으며 22일 오전 시간외거래에선 858.60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글로벌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가 유로화 대비 강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달러와 금값은 역사적으로 '역(逆)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국제 금값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세계 증시가 조정 장세를 보이자 대안 투자상품으로 부각되며 재테크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금값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자 투자자들도 동요하고 있다.국내 대표적인 금 투자상품인 신한은행의 '골드리슈'는 지난 18일 금 잔고량이 출시 이후 최고치인 7331㎏을 기록한 뒤 21일엔 7330㎏으로 1㎏ 줄어들었다.골드리슈 잔고량은 지난해 9월 말 3872㎏에서 12월 말 5918㎏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무려 1414㎏ 급증하는 등 투자량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황재호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자 금 수요 자체가 줄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며 "국내에서도 며칠 새 금 매수량보다 매도량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일주일 전만 해도 1년 기준으로 43%를 넘었던 골드리슈 수익률은 21일 36.91%로 떨어지는 등 수익률도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골드뱅킹 상품을 준비해온 시중은행들은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통장'과 비슷한 상품을 준비해왔으며 하나은행은 지난 16일부터 국제 금값에 연동해서 최고 연 11% 수익을 주는 '골드연동형 주가지수연동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또 국민은행은 이날 런던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금 가격 변동률에 따라 최고 연 30.0%를 지급하는'KB리더스정기예금 골드가격연동 8-1'을 출시했다.전문가들은 금 관련 상품의 경우 원금 보장이 되지 않고 가격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전체 자산의 10% 이하로 분산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