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미 경기침체 우려가 세계 실물경제에까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유럽 일본 중국 등의 경제성장 전망이 일제히 하향 조정되는 등 미 경기침체의 전염 효과가 만만치 않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유럽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5개국 재무장관들은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긴급 회동,미국발 위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조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이 침체될 경우 EU의 성장이 더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회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충격으로 EU의 올해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더 낮춰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EU 재무장관 회담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브루크 재무장관은 유로권이 올해 1.8%가량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EU집행위가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2.2%보다 낮아진 것으로 성장률이 지난해 2.6%에서 크게 둔화되는 것이다.

유럽 회사채의 부도 위험이 3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JP모건의 조사 결과도 미 경기침체 위기가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

2002년 초 이후 회복세를 타던 일본 경기도 주춤거리고 있다.전후(戰後) 가장 긴 기간을 기록한 '6년 회복경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기업 수익 악화 및 건축법 강화로 인한 주택건설 급감 등과 겹치면서 소비가 줄고 있는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전국 백화점의 지난해 12월 매출액도 2.3% 감소했다.

주가하락에 따른 역자산효과로 부유층들조차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서다.

미 경기침체로 도요타,혼다 등 미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의 부진 외에 서비스업의 투자도 감소 추세다.

일본 경제는 2003년부터 4년 연속 2%대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1.3%로 성장률이 떨어졌을 것이란 게 정부 추정이다.

일본은행도 경기후퇴를 의식해 22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행 연 0.5%인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중국

고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은 경기 연착륙 유도 작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인플레 억제를 위해 위안화 평가절상을 감수하며 강력한 긴축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미 경기침체라는 돌발변수가 생긴 탓이다.

이미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았다.지난 12월 중국의 대미수출은 199억달러로 최근 6개월 사이에 처음으로 20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대미 수출증가율 역시 전월(12.0%)의 절반 수준인 6.8%로 하락했다.

12월이 크리스마스를 낀 미국 최대의 소비 시즌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도쿄=차병석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