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폭락장에 투자심리는 얼어붙고, 대상도 마땅치 않다. 그러나 엄동설한에도 피어나는 꽃은 있기 마련.

은행주와 IT, 자동차주가 지난해 상승장에서 소외됐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이 높지 않았으니 골도 깊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주 '백 투 뱅크' 기대..매수 적기 지적

은행업의 경우 되레 증시 하락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최근 은행의 위기는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인한 자금 이탈이 주된 이유였다. 반대로 최근 증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다시 자금이 돌아올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은행업종 지수는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5% 이상 하락한 것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8% 수준에서 막아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은행주는 코스피 약세에 방어적 포트폴리오로 부각될 수 있다”며 “자금이 은행으로 재이동해야 순이자마진(NIM)이 안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은 은행 펀더멘털을 개선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 우대에 나서면서 자금 재이동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일부터 시작한 골드마우스 정기예금 특판이 6영업일만에 5000억원의 한도를 모두 소진했으며, 외환은행도 올해 시작한 1조원 한도 특판예금을 보름만에 모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3개월짜리 정기예금으로 한달간 4819억원을 끌어들였고, 같은 기간 3개월 CD상품으로 9110억원의 돈을 조달했 들어왔다.

이와 함께 새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도 긍정적이며, 최근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보수적으로 변해 조달금리 상승분을 대출 금리에 반영한다는 점도 순이자마진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22일 은행주에 대해 “현 주가가 하락 리스크를 우려하지 않아도 될만큼 낮고, M&A를 추진 중인 국민은행이 상반기 중 언제라도 구체적 성과를 내놓을 수 있다”며 투자의견을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주의 매수 적기는 지금이라는 지적이다.

◆IT-반등의 선봉 기대, 자동차-'더 떨어질 것 없다'

IT 업종에선 하이닉스가 22일 폭락장에서도 독야청청 상승세를 유지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향후 IT주가 반등의 선봉의 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32.3% 상승에도 불구, 전기·전자업종은 3% 상승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코스피지수가 15% 이상 하락했으나 7.8% 하락 수준에서 방어하고 있다.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주 9.9% 급등했으며, 하이닉스는 지난 17일 12% 이상 오른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반도체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 더해 최근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호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필립스LCD 등 LCD 관련 업체들우ㅏ 주가는 비록 최근 부진하긴 하지만, LCD패널 가격 호조와 중국 베이징올림픽 효과 등으로 밝은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도 오랜 침묵을 깨고 상승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7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며 22일 폭락장에서도 보합으로 마감했다.

현대차 역시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2일 6만7500원이던 주가가 큰 변동없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종목들과 달리 상승장에서 오르지 않아 조정 국면에도 내릴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화증권은 주식시장 조정이 끝나고 나면 현대차가 가장 상승 탄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인도와 중국 2공장 가동으로 인한 판매 향상과 제네시스 신차 모멘텀 등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