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 전문업체인 세미텍이 중고장비를 재활용하는 저원가 전략으로 최근 3년 사이 매출을 7배로 늘리고 1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 김원용 대표(51)는 22일 "지난해 753억원 매출에 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며 "이로써 3년 연속 1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후공정은 전공정과 본공정에서 만들어진 반도체칩을 자르고 칩에 검은 수지(EMC) 등을 씌우는 조립 공정과 완성된 칩의 불량 여부를 평가하는 검사 공정 등으로 나뉜다.

후공정은 보편화된 제조공정 기술로 업체 간 경쟁이 심한 데다 반도체칩 제조업체 등 위탁업체들의 단가 인하 압력 등으로 고수익을 올리기 힘든 사업이다.

때문에 세미텍이 3년 연속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에 대해 업계에선 높이 평가하고 있다.실제 STS반도체통신과 하나마이크론 등 동종 업체들은 같은 기간 5% 이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세미텍 김 대표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는 설비가 중요한 장치 산업으로 초기 장비 구매 이후 감가상각비가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중고설비 구매 및 개조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가격경쟁력을 높여 왔다"고 설명했다.

1999년 설립한 세미텍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장 출신인 김 대표가 2003년 7월 사장으로 부임한 후부터다.

김 대표는 기존 저부가가치 제품군(low-end)을 고부가 제품(high-end)으로 바꾸는 혁신을 단행했고 2004~2005년 중고설비 구입과 개조 등 과감한 설비 투자를 통한 공정 재편 작업에 집중했다.

당시 동부아남반도체(현 동부하이텍)가 전공정 사업에 치중하면서 불필요하게 된 76억원 규모의 후공정 장비를 내놓자 이를 16억원에 사들였다.

또 앰코 등으로부터 패키징 장비 9대를 대당 6000만원에 사들여 3000만원의 개조 비용을 투입했다.당시 신규 장비가 대당 3억원을 호가했으니 60~70%가량 투자비를 절감한 셈이다.

10여년의 반도체 현장 생산 경험을 가진 김 대표는 "성능과 결부되는 핵심장비를 제외하고는 경매 사이트 등을 뒤져 필요 장비를 구입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후공정업체가 중고설비 중심으로 공정 라인을 구성한 것은 세미텍이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고부가 제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자 수주가 급증했다.2005년 하이닉스에 이어 2006년 삼성전자 비메모리 후공정 작업을 맡았고 지난해 6월부터 삼성전자 메모리 물량도 수주했다.거래업체가 2004년 말 7개사에서 현재 45개사로 늘어났다.

실적도 급속히 호전됐다.매출이 2004년 111억원에서 이듬해 326억원,2006년에는 500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04년 3억원에서 2005,2006년 각각 42억원과 45억원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올해도 종합 반도체회사들의 외주물량 확대와 비메모리 분야 성장으로 지난해에 비해 50% 증가한 113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