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30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고 0.75%포인트 내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볼프강 문차우 칼럼니스트는 21일 "금리인하를 통해 FRB가 헬기로 돈을 뿌린다고 해도 서민과 기업에는 수혜가 돌아가지 않고 은행들만 배를 불리게 된다"며 "(경기부양을) 금리인하에만 의존하는 건 현명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문차우 칼럼니스트는 그 이유로 지금의 미국 경제가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던 2001년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당시 미국은 9·11테러로 침체에 빠졌지만 부동산시장은 호황이었고 FRB가 금리를 잇따라 내리자 주택시장은 초호황세를 보였다.그럼에도 인플레 기대치가 낮아 저금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은 마음놓고 추가 대출을 받아 소비를 했고,이것이 침체에서 빠져나오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

하지만 현재 미 경제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시작됐고 인플레도 수년째 FRB의 안정권을 웃돌고 있다.특히 FRB가 금리를 내려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문차우의 진단이다.오히려 장단기 금리차만 확대시켜 은행만 수혜를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영향을 받는 단기국채 수익률은 FRB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크게 떨어지고 있지만 시장에서 결정되는 장기국채 수익률은 상승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지난주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간의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3년 만에 가장 큰폭인 1.24%포인트까지 벌어졌다.은행은 저금리 단기대출로 조달한 자금으로 수익률이 높은 장기 여신을 운용함으로써 무위험 수익을 거둘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차우는 "현재의 미국 경제가 금융시장의 불안에서 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 초반의 독일 및 일본과 비슷하다"며 당시 금리인하가 실물경제를 부양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