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각자대표로 선임된 김수진 전무(45)는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선 '여걸'로 통한다.항상 환하게 웃는 표정을 짓지만 맺고 끊는 게 확실하고 업무에 관한 한 일당백의 전투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백종진 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한 지 1년 만에 국내 3대 SW업체로 꼽히는 한컴에서 각자대표에 오른 그는 IT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부터 남다르다.김 대표는 이화여대 경영학과 재학 중 삼성HP(현 한국HP)에서 전국을 돌며 시장조사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계기가 돼 졸업 후 삼성HP에 입사한 것.이후 삼성전자,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현 한국MS),온라인게임 업체 엔씨소프트 등을 거치면서 내공을 쌓았다.엔씨소프트의 태국 현지 합작회사인 '엔씨트루' 대표를 맡았을 땐 현지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들어 게임에 반영하려고 밤새 게임에 몰두하기도 했다고 동료들은 전한다.

이런 그의 활약상을 전해들은 백종진 사장이 김 대표를 COO로 영입한 것은 지난해 2월.벤처기업협회장으로 선임돼 대외 활동이 많아진 백 사장이 안살림을 담당할 임원이 필요한 터였다.

김 대표는 한컴 입사 후 업무파악이 끝나자 곧바로 회사 살림을 챙기기 시작했다.살림꾼답게 군살을 빼는 일부터 시작했다.회사에서 추진해온 10% 인력 감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백 사장은 "떠나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게 웃으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웬만한 사람 10명 몫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백 사장은 지난해 9월엔 웹오피스 업체인 한컴 자회사 한컴씽크프리 살림도 김 대표에게 맡겼다.

김 대표가 COO로서 살림을 잘한 덕일까.한컴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매출은 47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150% 이상 증가했다.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영업이익률은 무려 27.6%나 됐다.시장이 좋아진 덕도 있지만 구조조정을 매끄럽게 마무리한 김 대표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각자대표로 선임된 소감을 묻자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조금 더 무거운 책임과 권한을 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