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상사끼리 사이가 안좋은데 어떻게 하지?" "영어를 잘 못하는데 외국인 사원과 일해야하다니.." "나이 어린 여선배가 잡일만 시키는데.."
SK에너지는 20일 신입사원들이 부서에 처음 배치돼 겪을 수 있는 갈등 상황을 상황극을 통해 미리 경험해보고 문제 해결방안을 찾는 역할놀이(롤 플레잉)를 교육과정에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신입사원이 조직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강의 교육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역할놀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년째 진행하고 있는 역할놀이 프로그램은 신입사원들이 조를 이루어 한가지 주제를 택한 뒤 열흘간 시나리오를 만들어 상황극을 하면 각 부서의 선배사원이 관람한 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거나 바람직한 해결법, 기업문화 등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방식이다.

주제는 '두 상사간의 갈등 속에서 나', '나이 어린 대졸 여사원 선배와 갈등', '회식자리에서 술 문제' 등 신입사원들이 처음 조직에 들어가서 마주칠 법한 것들이며 이번에는 동기간의 갈등이나 글로벌 사업 강화에 따라 외국인 사원과 겪을 수 있는 갈등 등이 추가됐다.

SK에너지 조직개발팀 장희철 팀장은 "역할놀이를 통해 조직생활에서 직면할 수 있는 갈등 상황에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연습과 의견조정 과정을 통해 팀워크와 의사소통 기술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에너지가 신입사원들에게 제시한 주요 갈등사례는 다음과 같다.

▲ 출장지에서 갈등 = 진호는 사내 신망이 높은 두 상사와 장기 출장을 갔는데 생활양식이 달라 불편을 겪는다.

진호는 어류를 싫어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만 두 상사는 매일 저녁 매운탕을 즐기는 아침형 인간이다.

게다가 업무도 잡일만 준다.

▲ 두 상사간 갈등 = 담당 과장과 부장간에 오래전부터 갈등이 있어서 처신하기 매우 난처하다.

▲ 나이어린 여선배와 갈등 = 군대를 다녀와 회사에 들어오니 여자 선배가 나이도 어리고 입사 차이도 일년 밖에 안되면서 일은 안가르쳐주고 잡일만 시킨다.

▲ 넘치는 부서일 = 중국어에 능통하고 회계사 자격증도 있다.

그러자 다른 팀의 선배들이 부탁이라면서 중국어 번역부터 회계분석일까지 들이민다.

▲ 술자리 = 술을 마시면 숙취로 매우 고생하곤 하는 영호는 영업팀 판매원으로 배치됐는데 이 곳은 술자리가 너무 잦다.

▲ 상사와 갈등 = 상사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친절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냉랭하고 때로는 심한 언행까지 한다.

▲ 동기간 경쟁 = 병효는 친한 동기 영욱과 같은 부서에 갔는데 영욱의 경쟁적 태도가 위압감을 주고 불편하다.

▲ 동기간 갈등 = 건호는 사사로운 감정 문제로 한 동기와 갈등이 생겼는데 그 쪽에서 다른 동기들한테 건호의 욕을 하고 다니고 그것이 다른 동기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 팀 부적응 = 선배들이 각자 일만 열심히 할 뿐 업무 지시를 하지도 않고 공식적인 업무에 대한 얘기만 해서 겉돌고 있다.

▲ 술자리 갈등 = 건강과 종교적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경호. 그러다 보니 어느덧 다른 사람들이 모임에 불러주지 않는다.

다른 특기로 재밌게 해보려 노력하지만 특별한 끼가 있는 것도 아니다.

▲ 업무 부적응 = 순진씨는 마케팅 일을 하고 싶어 입사했는데 영업부서에 배치된다.

그래도 나중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일하는데 어느날 한 선배가 영업부서에서 마케팅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 외국인 신입사원과 만남 = 김한국씨는 외국인 사원의 멘토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언어 문제 때문에 업무 능률이 떨어지자 한국씨는 점차 멘토 역할을 포기하고 싶어졌고 외국인 사원도 서운함을 느끼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