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는 일찌감치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라고 말했다.신화 앞엔 '지속적 설득적 비현실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왜 아니랴.계속해서 그럴 듯하게 되풀이되는 신화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마음을 빼앗는다.현실과 거리가 멀수록,수사가 화려할수록 정도는 더해진다.

신화에 기대는 건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보기가 무섭기 때문일 것이다.남루한 현실 속 초라한 자신을 인정하는 일은 싫고 두렵다.어두운 터널을 혼자 헤쳐가야 한다는 사실은 더더욱 끔찍하다.이럴 때 누군가 내미는 신화의 유혹은 달콤하다."가만히 있어 봐.곧 대박이 터질 거야."

그러나 신기루는 오아시스가 아니듯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인생역전'은 모두의 꿈이지만 로또로 대표되는 우연한 대박신화가 그걸 가져다 줄 거라고 믿는 건 답답한 일상의 작은 위안이면 족하다.현실 타파 및 성장과 발전은 언제든 주어진 상황,벌어진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도를 강구할 때 가능하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존 매케인의 미시간 프라이머리 패인이 직언 탓이었다고 한다.경쟁자 미트 롬니가 "아시아 자동차 업계 등에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솔직해지자.잃어버린 일자리 일부는 돌아오지 않는다.하이브리드와 수소 자동차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시간의 경우 국제경쟁에서 밀린 미국 자동차산업 부진으로 실업률이 전국 최고인 마당이니 매케인의 지적보다 롬니의 주장이 더 잘 먹힌 모양이다.제아무리 영화를 누리던 직종도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소용 없고 경쟁력 약화로 사라진 일자리가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건 뻔한데도 말이다.

믿고 싶은 거겠지만 믿는대로 다 된다면 무슨 걱정이랴.옛 영광이나 신화가 만들어내는 꿈,막연한 환상에 매달려 진실을 보지 못하면 내일은 없다.인생은 남이 챙겨주는 게 아니다.1월도 중순을 넘어섰다.양약은 입에 쓰고 진실은 늘 불편하다.힘겨워도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 눈 크게 떠 직시하고 정신 차릴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