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한파로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하면서 아시아 증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16일 9.11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인 5.37%나 떨어진데 이어 17일 오전 현재 저가 매수세의 유입으로 5일만에 소폭 반등했으나 앞으로 계속 상승세를 이어나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홍콩 증시 뿐 아니라 16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3.35%, 한국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2.40%, 대만 가권지수는 2.96%,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2.81%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는 줄줄이 '검은 수요일'을 맞았다.

하지만 17일 아시아 증시가 3일만에 반등세를 보이면서 증시위기가 잠잠해졌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16일 아시아 증시의 매도세는 미국경기의 버팀목이었던 소매판매가 감소하고 씨티그룹의 실적 악화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날 뉴욕증시가 급락한 영향이 컸다.

현재로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비롯된 미국 대형 은행들의 손실과 악화된 경제지표 발표가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당분간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 주가가 실적악화 우려로 뉴욕증시에서 10% 이상 급락세를 보인 것도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으며 미국 금융권은 1930년대 대공황 시대 이후 최악의 실적발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국, 인도의 고속성장으로 인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가능성 등 악재가 겹쳐 있어 반등이 이어질 것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중국경제의 성장세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는 아시아 증시가 미국과의 비동조화가 강화됐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최근의 전 세계적 악재는 이런 비동조화 경향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홍콩의 한텍 인베스트먼트 리서치팀장 마이클 웡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또다시 나타나면 이는 아시아 증시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주식투자에 신중해지면서 주식보유를 원치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현지 투자자들이 최근의 시장 불안정이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하고 있지만 지난해의 기록적인 증시 상승세로 인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견해가 모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롭 하트는 "아시아 증시, 특히 홍콩이 약세장을 연출하는 이유는 그동안 주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며 "증시 하락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투자전문가 모두 보수적 운용을 당부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가급적 큰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것이 유일한 진정책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인하폭과 시기에 따라 '약효'는 한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