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맥킨지&컴퍼니 산하 싱크탱크인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보고서를 인용,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금융시장을 주도해온 미국의 파워가 쇠퇴하고 있는 반면 유럽 국가들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유럽 금융시장은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유동성과 규모 면에서 급성장해 미국을 위협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장 자산 규모(2006년 기준)에서 미국은 56조1000억달러 정도인 반면 유럽 전체는 53조2000억달러로 미국이 소폭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06년을 기준으로 한 통계여서 최근 유럽 금융시장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지난해 유럽이 미국을 따라잡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맥킨지는 분석했다.유럽 금융시장 자산 규모는 유로화를 쓰는 국가인 유로존 37조6000억달러,유로화를 쓰지 않는 영국 10조달러,스위스 스웨덴 아이슬란드 덴마크 노르웨이의 5조6000억달러를 합친 수치다.

지난해 초 터져나온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이 더욱 약화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신용위기 여파로 씨티 메릴린치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자금난에 몰리면서 '금융 대국'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반면 유럽은 물론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도 주도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중국은 1조5000억달러를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경제대국 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순자본 수출국으로 부상했다.이러한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는 오는 23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주도권이 유럽 지역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은 역내 국가들의 경제 활성화에 힘입어 금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달러 약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금융전문가들은 풀이했다.보고서를 만든 다이애나 패럴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연구원은 "양측 간 금융시장 성장 속도에 차이가 커 유럽이 미국을 따라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년간 지속된 유로화 대비 달러 약세 추세도 유럽 금융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가치는 2005년 4분기에 유로당 1.16달러를 기록한 후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 1.48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1999년 출범 당시에는 유로당 1.17달러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