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특검팀이 14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전격 나섬에 따라 삼성비자금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특히 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를 정조준해 삼성특검 수사 강도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수뇌부 정조준

삼성특검팀이 지난 10일 공식출범한 지 5일 만에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곳은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과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등 그룹 전략기획실 관계자들의 자택이다. 당초 비밀금고가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이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삼성물산,삼성중공업 등 계열사가 아니라 전략기획실 관계자들의 자택을 겨냥한 것이다.그동안 삼성 측이 특검수사를 대비해온 만큼 그룹 차원의 압수수색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오히려 핵심 증거를 직원들의 주거지 등에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초기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도 차명계좌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은행보다는 삼성증권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아 주식형태로 보관한 비자금 관련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

또 그룹 임직원의 전자메일 백업파일이 보관된 삼성SDS e데이터센터를 뒤져 삼성 측이 삭제한 파일들도 복원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인물들은 모두 그룹 핵심 관계자다.승지원은 이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에서 2∼3분 거리에 위치한 개인 집무실로,그룹을 방문한 고위 관계자들의 숙소로도 쓰이고 있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김인주 전략기획실 차장(사장)은 그룹의 핵심 임원이며,최광해 부사장 등은 전략기획실의 전략지원팀(팀장 김인주 사장) 산하 재무파트 소속으로 최 부사장은 경영지원,전모 상무는 재무팀 관재 파트를 담당하며 최모 부장,김모 차장 등이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기획실은 그동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의혹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 과정 등을 총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또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관리 및 정ㆍ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종 의사 결정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검찰로부터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넘겨받은 특검팀은 그룹 수뇌부를 정조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조기 소환 가능성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동시에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1000여개 차명 의심 계좌의 연결계좌에 대한 추적에 본격 나섰다.또 김 변호사가 제출한 68명의 '비자금 조성 임원 명단'과 고가 미술품 구매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에 속도를 냈다.특검팀은 자금 조성 경위를 캐고 최종 사용처까지 추적하는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압수물과 계좌추적에서 일정 정도 소득을 거둔다면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삼성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특히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등 그룹 수뇌부의 자택이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그룹 수뇌부에 대한 조사는 계열사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시점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특검 수사 기간이 한 차례 연장을 포함하면 오는 4월까지 이어지므로 천천히 소환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그러나 핵심 관계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이들이 말을 맞출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이건희 회장을 언제 부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이 회장의 소환이 당초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조준웅 특검은 지난해 12월20일 "수사에 필요하다면 이 회장도 소환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어 소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