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최근 글로벌채권을 발행하면서 '향후 정부 지분이 감소하면 투자자들이 중도환매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이 같은 중도환매 조건은 차기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일각에선 이참에 산은의 외화조달 규모를 줄이고, 민영화 논의가 없는 수출입은행의 조달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10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하면서 중도환매 조건을 단 계약서에 처음으로 서명했다.중도환매 조건이란 △정부 지분이 감소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거나 △산은의 손실에 대해 정부가 100% 보존해 주는 산은법 44조에 변화가 생길 경우 투자자들이 산은의 달러표시채권에 대해 만기 이전이라도 상환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약정을 말한다.

산은 관계자는 "예전에도 이 같은 조항이 있긴 했지만 다소 모호하게 정해져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민영화 방침을 전해듣고 구체적으로 명시해 달라고 요청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산은의 다른 외화표시채권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도 이처럼 대우해 달라고 나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현재 산은은 160억달러 규모의 미상환 외화표시채권이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