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이 국내산보다 더 비싸 수입 중단 … 제품 품귀에 가격 폭등 우려

철강제품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포스코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가격을 올리자니 자동차 전자 등 철강 수요업체들의 원성이 두렵다.그렇다고 기존 가격을 그대로 끌고 갈 수도 없다.철강 시장의 가격 왜곡 현상은 이미 도를 넘었다.수입 철강과 국내산 철강 사이의 '이중 가격' 구조 때문에 수입 물량도 대폭 줄었다.철강 업체들 사이에서는 '2월 대란설'까지 흘러나온다.조만간 국내에 철강 공급란이 닥쳐올 것이라는 우려다.다음 달 안에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은 이런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뒤죽박죽된 철강시장

철강시장의 '가격 신호등'은 고장난 지 오래다.경제원론에 나오는 지식으로는 시장 상황의 해석이 불가능하다.가장 큰 원인은 포스코의 철강제품 가격이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묶여 있기 때문.포스코의 대표 상품인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가격(공장 출고가격 기준)은 현재 각각 t당 52만원과 60만원이다.2006년 7월 한 차례 가격을 올린 이후 1년 반 이상 변동이 없다.그러나 제품 가격이 동결되는 동안 철강제품의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은 급등했다.이로 인해 최근 들어서는 중간재인 '슬래브' 가격이 최종 제품인 열연.냉연강판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슬래브 가격은 원재료 가격에 연동되는 반면 열연.냉연강판의 값은 고정돼 있는 탓이다.

수입 철강제품과의 가격 왜곡 현상도 심화됐다.대표적인 중국 철강업체인 우한강철의 열연제품 가격은 포스코보다 50달러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품질이 국내산보다 떨어지는 데도 값은 더 쳐줘야 하는 셈이다.일부 유통시장에서는 멀쩡한 포스코 제품에 '메이드 인 차이나' 상표를 붙이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포스코 제품보다 돈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2월 대란설'

현재 수입 시장에서 거래되는 열연강판의 매도 호가는 t당 700달러를 웃돌고 있다.여기에 가공비 물류비 등을 얹으면 70만원을 넘어선다.반면 똑같은 포스코 제품은 이보다 10만원가량 낮은 60만원 정도의 가격표가 붙어서 팔린다.수입해 봤자 잘 팔리지도 않는다.철강제품의 기본 소재인 열연강판을 사서 건축자재 등을 만드는 업체들이 비싼 수입 강판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중소 철강업체 관계자는 "모든 수주가 포스코 열연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진다"며 "중국산을 쓰기 때문에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얘기하면 누가 들어주겠는가"라고 푸념했다.국내 전체 철강수요는 연간 약 1600만t.이 중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업체가 대는 물량은 절반에 불과하다.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작년 연말부터는 수입 계약이 아예 중단됐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수입 물량이 계약 후 한두 달 뒤에 국내로 반입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2월께부터는 철강 시장에 품귀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2월 대란설'의 요지다.수입물량이 줄면서 이미 철강 시장에서는 물건이 달리기 시작했다.열연강판을 소재로 건축용 자재를 생산하는 업체의 관계자는 "최근 열연강판 공급 부족으로 공장을 50~60%만 가동하고 있다"며 "24시간 3교대로 돌리던 직원들도 지금은 그냥 1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상 시기와 폭만 남았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2008 CEO 포럼'에서 "열연제품을 포함한 제품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이 회장이 직접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인상 여부'에서 '인상 시기와 폭'으로 옮아갔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