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팀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과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의 도곡동 타워팰리스 자택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자 삼성은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었다. 삼성은 특히 그룹의 '성지(聖地)'로 여겨지는 승지원에까지 특검 수사팀이 들이닥친 데 대해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삼성 관계자는 14일 특검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다른 곳은 몰라도 승지원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그동안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됐던 계열사들이나 그룹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었지만,막상 승지원과 그룹 수뇌부의 자택 및 별장이 '1차 타깃'이 되자 극도로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선대 회장의 혼이 깃들어 있는 승지원은 삼성 경영의 '메카'와 같은 곳이어서 임직원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더욱 컸다. 그룹 관계자는 "승지원은 삼성 경영의 혼이 담긴 곳으로 설마 이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더구나 특검이 그룹 수뇌부 외에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의 부ㆍ차장급 실무자 집까지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자 삼성은 더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 특검의 이 같은 고강도 수사가 조만간 그룹 핵심 인사들의 '줄소환'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는 전조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날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임원과 실무자들은 대부분 전략기획실 내 '회장실 2팀' 소속이다. 이건희 회장을 수행하는 '회장 1팀'과 달리 2팀은 이 회장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측은 "일단 특검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도 앞으로 경영 차질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압수수색물에 대한 검토가 끝난 뒤 그룹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핵심 임직원들이 줄줄이 소환 조사를 받을 경우 경영 차질이나 업무 공백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작년 10월29일 비자금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삼성의 대내외 활동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뒤이은 특검 수사로 그룹 임원 인사를 제때 실시하지 못한 데다 투자 계획도 세우지 못해 투자 타이밍 실기에 따른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상징성을 감안할 때 특검이 길어질 경우 국가 차원의 대외 신인도 하락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