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여러 가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어떤 사람은 결정을 못해 고민만 하고,어떤 이는 과감하게 방향을 정한 후 행동으로 옮긴다.하지만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쇼생크 탈출' '그린마일'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스티븐 킹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미스트'는 이 같은 삶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SF영화다.

다른 괴수영화처럼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들이 등장하지만 조연에 그친다.대신 극한에 몰린 인간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다.대형 마트 안에 갇힌 사람들에게 안개가 자욱한 밖은 두려움의 공간이다.실제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처참한 시체로 변한다.

괴물들이 유리창을 방패막으로 한 마트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극한의 공포 속에서 점차 미쳐간다.서로를 의심하는 것도 모자라 사이비 교주같은 여자에게 혼마저 빼앗긴다.결국 괴물에게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주인공인 화가 데이비드(토머스 제인)는 몇몇 사람들을 이끌고 필사의 탈출에 나서는데….

이 영화의 등장 인물들은 제각기 살 길을 찾는다.이 가운데 데이비드는 관객들이 보기에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인물이다.자살이 최선의 길이 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상황에 몰리기까지도 그렇다.그러나 그런 그에게는 신이 '오만한 인간의 한계는 여기까지다'라고 말하는 듯한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무지막지한 괴물과 이를 물리치는 영웅 이야기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이 작품만의 색다른 반전이다.15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