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시작됐지만 주식시장은 연신 비틀거리고 있다.

반면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고,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품가격은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상품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증시도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것처럼 상품이 잘 팔린다는 것은 신흥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그만큼 견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품가격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의 자산가격이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는 상품가격 상승에 투기자금의 버블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7일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시장에 유동성은 넘치고 있고 이 유동성은 어디든 투자할 대상이 필요하다"면서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돼 있는 현재 시점에서 '돈냄새를 잘 맡는 선수'들은 인플레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햇다.

현재 시장에선 낙관론자들조차도 경제 성장세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인플레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투기적 세력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여부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이 인플레를 직접 유발시키는 곳(=원유, 곡물)에 투자하거나 인플레가 발생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이 피난처로 삼게 되는 곳(=금)에 미리 투자하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금과 달리 약세를 보이고 있는 비철금속은 상품이긴 하지만 복잡하고 불확실한 실물 경기에 대한 판단이 추가되야 하기 때문에 투기자금에게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예전에는 상품가격을 신흥국가의 경제 성장과 연결지어 생각했기 때문에 가격 하락은 리스크 요인으로 받아들여 졌지만 지금은 투기자금의 타겟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주가가 오르기 위한 하나의 선결 조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품가격이 빠지기 위해서는 투기꾼들이 실물수요 둔화에 겁을 먹기 시작해야 하는데 최근 들어 그런 환경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고 판단.

美 제조업 경기 지수가 악화되고 있고 경기의 버팀목이었던 고용 지표 역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짧게는 1분기 길게는 상반기까지 경기를 위협하는 실물경기 지표 부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상품가격과 자산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동조화 시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상품 가격이 상당폭 진행될 경우 실물 경기는 다시 회복세를 되찾을 수 있고, 주식은 이에 앞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주식 투자자는 이 시기를 매수 기회로 노려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