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갑이던 흡연량이 최근 세 갑으로 늘었습니다."(교육부 A국장)

교육인적자원부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초.중등교육과 관련된 업무는 시.도교육청으로,대학과 관련된 업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협의체로 넘기는 방향으로 교육부를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실.국장급 고위공무원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참여정부에서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한 실.국장들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겠어요.

처음에는 '지방대학이나 가야겠다' 생각했죠.하지만 인수위가 국립대와 교육청에 교육부 간부를 내려보내는 관행까지 없애라고 요구하는 판이니….집에 가는 것 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교육부 B국장)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지는 업무보고도 골칫거리다.

현재 교육부 공무원들은 지난 2일 인수위 보고에 이어 청와대와 총리실에 새해업무보고 등을 준비 중이다.

오는 2월 초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도 인수위에 제출해야 한다.

세 가지 보고를 한꺼번에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또다시 부처 업무보고를 해야 한다.

업무량도 부담이지만 '코드'가 다른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더 고통스럽다.

한 교육부 공무원은 "인수위 보고 내용을 정책의 색깔이 완전히 다른 청와대에 다시 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며 "최대한 무색무취한 내용으로 보고서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해도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고민도 들려온다.

교육부 C과장은 "참여정부와 인수위가 색깔을 달리하는 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이 업무의욕을 잃었다"며 "뇌사판정을 받은 환자를 수술하라는 지시를 받은 의사가 이런 심정일 것 같다"고 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육부를 환골탈태시키려면 일정 수준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인수위가 과잉보고를 요구하는 등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나 총리실도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한다'는 심정으로 정부부처를 압박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