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가격의 안정 속에서 침체된 시장을 살리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많은 부동산 규제 개선이 검토되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개발 관련 조세와 부담금에 대한 제도개선이다.

개발사업 단계별로 부과되는 조세가 채권 매입을 제외하고도 12개에 이르고,이 중 몇 개는 두 차례에 걸쳐 부과되기도 한다.

여기에 개발이익 환수와 기반시설 설치 등의 재정충당을 위해 부과되는 부담금이 20여개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 승인의 조건으로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기부채납 규모도 상당하다.

개발 사업과 관련된 조세와 20여개의 부담금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그동안 정부는 기본적으로 조세 외의 부담금이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부담금은 가급적 일반 재정인 조세의 틀 속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실제로 개발 관련 조세와 부담금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으며 '기반시설부담금'과 '재건축부담금' 등이 새로 도입됐다.

전체적으로 조세와 부담금의 개선을 검토해야겠지만 특히 기반시설부담금에 대해서는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기반시설부담금은 '8·31부동산 종합대책'의 하나로 도입됐다.

그러나 기반시설부담금의 도입은 '부담금'이 본질적으로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제도적 요인임을 간과해 결국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부담금의 규모가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가건물로 기존 건물 위에 20평을 증축하는 데 건축비는 1000만원인데 비해 부담금은 1200만원이 부과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상이다.

경기 용인 상현지구에서는 부과된 부담금이 분양가의 20~30%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그 규모는 1조원에 육박했다.

또 전국적으로 획일적으로 적용돼 조세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과 현재 설치된 기반시설의 용량이 부담금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제도의 세련미를 떨어지게 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자체의 상황에 맞는 기반시설부담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기반시설이 이미 설치된 도심 지역에서는 기반시설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더구나 징수된 부담금의 30~40% 정도만이 기초지자체에 배분돼 실제 기반시설의 설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종합해보면 폐지를 검토하는 것이 최선이다.

부담금의 통폐합 문제도 시급하다.

20여개에 달하는 건축 및 개발 관련 부담금을 몇 개의 유사한 성격의 부담금으로 통합해 부담금 행정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또 장기적으로는 개발이익 환수도 '부담금'과 같은 방법이 아닌 재산세,양도세 등의 조세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발 관련 조세와 부담금의 문제를 보면서 근본적으로 '원인자 부담'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대한 한계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국민과 기업이 납부한 조세와의 관계를 고려해 부담금 등의 '예외적 부담'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과도한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10월 영국 의회는 3년간 행정부가 검토해온 이른바 새로운 '계획책임(planning obligations)'의 도입을 부결시켰다고 한다.

계획책임은 개발사업 승인 조건으로 개발사업자에게 기반시설의 설치 비용 충당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기부채납과 부담금을 요구하는 제도다.

영국 의회의 가장 큰 반대는 이중부과로 인한 헌법 위반 가능성이었다.

즉 개발사업자가 법인세를 납부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이중부과를 금지하는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 의회의 결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