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해였던 2007년 증시가 마감됐다.

막판 정신없이 출렁대기는 했지만 연간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30% 넘게 오르며 양호한 모습으로 한해를 마쳤다.

2007년은 코스피 지수 2000포인트 돌파 등 각종 신기록들이 쏟아지며 국내 주식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지만 서브프라임 쇼크와 고유가, 중국 증시 버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이기도 했다.

어쨋든 전체적으로는 아픔보다는 기쁨이 컸던 올해 주식시장을 주요 이슈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자.

◆ 못난이 3형제와 황금돼지

올해 국내 증시의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난해 말 수익률이 가장 좋지 않은 시장 중 하나로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못난이 3형제'라는 별칭까지 얻어가며 시작한 시장은 연초부터 쏟아진 프로그램 매물에 맥을 추지 못했다.

2월말 터진 차이나쇼크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로 시장의 체력은 점차 고갈돼 갔고 1400대의 박스권에서 휘청대기 일쑤였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중국을 시작으로 한 신흥 시장의 성장을 발판삼아 2000포인트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워냈고, 못난이 3형제에서 벗어나 기쁨을 가져다 준 '황금돼지'로 변신했다.

◆ 외국인의 퇴장, 기관이 된 개미

올해 증시의 특징은 시장의 헤게모니가 명백히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 해 동안 27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2%로 떨어졌다.

반면 연초 44조원에 그쳤던 주식형펀드 잔고는 114조원 이상으로 불어나면서 외국인이 쥐고 있던 파워를 기관으로 이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가구 1펀드' 시대를 맞이하면서 간접투자 문화는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고, 주식시장은 든든한 지원 병력을 얻게 됐다.

물론 운용을 하는 주체는 기관들이긴 하지만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 자금 수혈에 나서며 기관들에게 힘을 실어줬고, 직접투자시에도 '기관 따라하기'에 나서며 이들이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 지는 미국, 뜨는 중국

올해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 시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줄다리기 속에서 울고 웃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불거진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달러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한 세계적인 탑모델이 모델료를 미화로 받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천대를 받았다.

달러값이 하락하면서 안전자산인 금 등으로 투자자들의 매기가 물렸고, 금속가격을 중심으로 한 상품시장 역시 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뛰어 오르면서 인플레 우려를 야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반면 중국 증시는 올해 글로벌 금융 시장의 빅스타로 떠올랐다.

연초 부진을 기록했던 중국 증시는 연일 급등하며 휘파람을 불어댔고, 그 덕분에 국내 증시에서도 중국 관련주들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 올랐다.

미국 증시에만 관심을 두던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이 중국으로 몰리면서 중국 증시의 국내 증시 영향력은 한층 더 커졌고, 해외펀드 열풍이 불기도 했다.

중국 증시와 국내의 중국 수혜주들이 지속된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에 사로잡혀 있긴 하지만, 중국의 고성장에 대한 믿음이 지속되는 한 내년에도 맹활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개구리, 우물 밖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3년만에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이 1조를 넘어서는 기업들이 지난해 13개에서 올해는 22개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부 산업에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신흥 시장의 높은 성장세와 함께 해당 업종은 다양해졌다.

시장의 산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화, 안정화되는 가운데 기업이익이 턴어라운드했다는 것은 시장의 체질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국내 증시의 재평가 작업에 한층 더 가속이 붙으면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MSCI 지수 기준으로 13배 수준에 도달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과 신흥시장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10% 내외로 줄어드는 등 저평가됐던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이렇게 강화된 국내 증시의 내성은 내년 시장 상승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헤지펀드 도입 가시화와 증권사 신설 허용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은 보다 더 다이나믹한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중권업계가 중국과 인도, 이슬람권 등으로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기반을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 2008년의 키워드는?

내년에도 주식시장은 올해와 같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의견이 압도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의 키워드로 성장성과 유동성, 변동성을 꼽고 있다.

서브프라임발 경기둔화 우려로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 속도는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아시아 시장 또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이러한 리스크를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시장의 국부펀드 활성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점은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높은 경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아시아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펀드 투자의 매력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며 부동산 시장 역시 펀드로의 자금 흐름을 돌려놓기엔 아직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중금리의 고공 행진이 지속되고 글로벌 증시의 불안한 움직임이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엔 안전자산으로의 회귀에 따른 유동성 공급 둔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러한 성장성과 유동성간의 마찰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택시장의 부진이 아직 지속되고 있고, 고공비행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될지도 아직은 미지수라는 점에서 마냥 시장을 낙관적으로 볼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경기 역시 수출과 내수의 균형 성장을 통해 확장 국면을 이어가겠지만, 모멘텀은 다소 둔화되면서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이 굴곡을 거칠 것이란 점에서 투자 전략은 한층 더 신중하게 짤 필요가 있다.

적절한 시점에서 적절한 대상을 치고 빠지는 전략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선 최근 2~3년간 왕좌를 지켜왔던 조선과 기계, 철강 대신 IT와 자동차, 금융 등 그간 뒤쳐졌던 업종들이 주도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수급 여건이 개선되는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던 코스닥 개별 중소형주들도 시세를 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일부 저평가된 우량주들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신정부 출범에 따른 신수종 사업 등장이 얼어붙어 있는 코스닥 중소형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를 호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